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7% 급락 등 반도체주 '최악의 하루'美 정부 對中 수출제한 강화 검토-트럼프 대만 방위비 발언 영향美 시장 영향에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주가도 줄줄이 하락
  • ▲ 반도체 웨이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반도체 웨이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등으로 17일(현지시각)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는 117.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6.64%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3조달러가 붕괴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시총은 2조902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이 대중 반도체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하면서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20%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12.29% 폭락, 932.0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는 ASML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ASML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에도 중국과 여전히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의 주가도 7.98% 하락한 171.20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총도 8878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만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면서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브로드컴, 퀄컴도 각각 10.21%와 7.91%, 8.61% 주저앉았고,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델테크놀러지도 6.27%와 6.77%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보다 6.81% 급락한 5408.71p를 기록했다.

    인텔만 장중 8%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다 0.35%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주 급락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부문의 가장 엄격한 무역제한을 거론하며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제한 조치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가 자체적으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설 수 있으며 이에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하면 수출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을 검토 중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더 엄격한 무역규제를 예고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산업 성장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시사한다"며 "중국에 첨단 칩과 제조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제재는 화웨이나 SMIC 등에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기업들에도 수십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도 반도체 주가에 부정적인 심리를 가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중국의 공격이 있으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던지며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였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은 전했다.

    미국외교정책위원회(AFPC)의 마이클 소볼릭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수출 규제를 이어나갈 뿐만 아니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는 첫 번째 행정부에서 외국 기업 반도체에 대한 화웨이의 접근을 제한하는 강력한 FDPR을 포함해 다수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흔들리고 있다. 18일 오전 9시9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대비 36.67p(1.29%) 하락한 2806.62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KRX반도체지수는 전일대비 3.49% 내린 155.72에 거래됐다. KRX반도체지수를 구성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77%, 3.85% 하락세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6.2% 급락 중이다.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도 각각 5.96% 5.76% 낙폭을 보였다. △하나머티리얼즈 △가온칩스 △제우스 △HPSP △티이엠씨 △원익QnC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유진테크 등은 4%대 내림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