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0% 관세 책정 전망…최대 50% 필요성도 대두EU, 과도한 보조금으로 낮은 가격 유지…시장 혼란 야기中, 코냑-유제품 등 보복관세로 EU 압박…"반덤핑 조사 중"
  •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깃발 등 유럽 국가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230418 ⓒ뉴시스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깃발 등 유럽 국가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230418 ⓒ뉴시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자동차(EV)에 대한 잠정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이번 주 내 결정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역시 관변단체를 동원해 EU산 육류, 유제품, 자동차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경고하고 나섰다. 무역전쟁의 포문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이 상품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우 수입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보조금에 따라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다.

    가디언은 이날 "EU가 중국산 EV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12일 중국 측에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사전 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디언은 전문가들은 인용해 "EU는 중국이 자국 EV부문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보조금을 계속 지원한 것으로 결론 내릴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특히 가디언은 관세가 세 부류로 나뉘어 적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최대 EV업체 비야디(BYD)를 포함해 EU 조사를 받았던 샘플 기업들 △조사에 협조했지만 조사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은 기업들 △전혀 조사를 받지 않은 기업들 등이다.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리서치·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은 관세가 15~30%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U는 현재 중국산 EV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로듐그룹은 BYD가 지난해 EU 시장에 출시한 돌핀 해치백 차량의 시장가격이 3만유로(약 4460만원) 이하인 만큼 관세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면서 중국산 수입을 억제하려면 40~50% 수준의 관세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잠정 관세 부과 결정이 발표된 이후 중국은 약 4주간 EU의 결정에 반박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EU 회원국들은 약 4~5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11월 중국산 EV에 대한 영구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EU의 이 같은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졌다. 중국이 자국 EV에 과도한 국가 보조금을 지원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하면서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유럽산 제품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9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5일 그 결과를 관련 기업과 EU 27개 회원국에 통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6일부터 9일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슈로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미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후 "세계는 중국의 잉여생산을 흡수할 수 없다"며 EU가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망설이지 않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 ▲ 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인 BYD 전기자동차.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인 BYD 전기자동차.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중국은 자동차부문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보조금을 지급했더라도 중국의 EV 수출은 서방국가의 친환경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번 주 초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순방하면서 "EU가 말하는 과잉생산은 생산능력 과잉이 아니라 불안 과잉이며 또 그들이 말하는 시장 왜곡은 사고방식 왜곡"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 EV업체들은 이미 관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2010년 중국 업체에 인수된 볼보는 일부 모델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벨기에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U는 EV 외에도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등 10여개 부문에 대해 중국 정부의 지원 여부를 조사 중인 만큼 향후 관세 부과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해외제품 구매업체 '드래곤소싱'의 대표 리처드 라우브는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게 현재의 큰 추세"라며 "미국이 앞장선 가운데 유럽도 이런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유럽산 코냑부터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EU의 對중국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보복 조치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11월께부터 프랑스산 코냑을 포함한 유럽의 여러 브랜드 증류주(과실주를 증류해 만든 술)에 대한 反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EU산 폴리포름알데히드(폴리옥시메틸렌, POM) 혼성중합체에 대한 反덤핑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8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중국업계가 EU로부터 수입하는 유제품에 대한 反보조금 조사신청을 계획하고 있다"며 "증거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EU 통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중국에 버터·치즈 등 유제품 총 80만5000t, 총 17억6000만유로(약 2조6000억원)어치 수출했다. 이는 전년의 88만t, 약 20억8000만유로에 비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