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장씨 등 2인, 허위보도로 회복불능 피해 입어"해당 방송 삭제, 재방송 금지…1억대 손해배상 판결MBC, '스트레이트' 본방만 삭제… 관련기사는 '유지'MBC노조 "장진성 오보 주역, '동명이인 오보'도 내"
  • ▲ 2021년 1월 24일 장진성 씨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2021년 1월 24일 장진성 씨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검·경 수사 결과, 총체적인 허위보도임이 드러나 1심에서 '인터넷 게시' '재방송' '다시보기 방송' '광고' 금지를 명령받은 MBC '탈북작가 장진성 성폭행 의혹 보도'와 동일한 내용의 기사들(혹은 예고 기사)이 4일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고 MBC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지난 1월 27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가 MBC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1심 판결을 내리자, 2021년 1월과 2월 각각 방송됐던 MBC '스트레이트' 두 편('유명 탈북작가 장진성, 그에게 당했다. 탈북 여성의 폭로', '탈북작가 장진성 성폭력 의혹 2탄 - 침묵 깬 피해자들')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런데 본지 확인 결과, ▲2021년 1월 24일에 송고된 <'스트레이트' 탈북 여성의 폭로 "탈북 작가 장진성, 나는 그의 노리개였다"> <"유명 탈북 작가 장진성, 그에게 당했다" 탈북 여성의 폭로>와 ▲같은 달 29일 오후에 송고된 <성폭행 피해 주장 승설향 씨, 탈북작가 장진성 고소> <'성폭력' 장진성 고소…"피해자 더 있다"> ▲2021년 2월 28일 오전과 오후에 나눠 송고된 <'스트레이트' 탈북 작가 장진성 성폭력 의혹 2탄...침묵 깬 피해자들 "나도 당했다"> <[스트레이트 예고] 탈북작가 장진성 성폭력 의혹 2탄 - 침묵 깬 피해자들> <'스트레이트' 탈북 작가 장진성 성폭력 의혹 2탄. "나도 당했다!"> 등 MBC '스트레이트' 해당 방송을 예고하거나 방송 내용을 정리한 총 7개의 기사가 고스란히 MBC 홈페이지에 남아 있었다.

    "1차 보도 요약·정리한 기사, 여전히 MBC 홈피 게재"

    앞서 성명을 통해 MBC 홈페이지에 탈북작가 장진성 씨를 성폭행범으로 모는 기사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법원 판결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똑같은 내용의 오보 기사들을 버젓이 게재하는 것은 MBC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준다"며 "증거가 있든 없든, 법원이 오보로 선고하든 말든, MBC가 강간범이라면 강간범이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더 큰 문제는 최근 '동명이인(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얼굴과 인터뷰 영상을 내보내면서 'KT 사장 지원자'라고 잘못 보도한 홍OO 기자가 바로 2년 전 장진성 씨를 성폭행범으로 의심하는 기사로 물의를 빚은 장본인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MBC가 '성폭행 의혹 오보 사건' 이후로도 반성이나 재발방지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동명이인 오보 사건'으로 방증된다"며 "이 때문에 MBC의 오보 방지 시스템은 물론 기자들의 윤리의식이 붕괴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이처럼 비뚤어진 의식은 홍 기자 본인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며 "지난 2월 초까지도 MBC 홈페이지에 홍 기자의 취재 후기가 엠빅뉴스라는 이름으로 게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홍 기자의 취재 후기를 보면 당시 제보자가 SBS·KBS·TV조선 등 여러 방송사들을 찾아갔을 때 그 방송사들은 모두 증거를 요구했는데, 유일하게 MBC만 (증거 없이) 자신을 믿어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홍 기자는 그걸 자랑스럽게 취재 후기로 남겨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며 "당시 박성제 사장과 박성호 뉴스룸 국장이 증거도 없이 누군가를 강간범으로 몰아도 된다고 가르치던가"라고 일갈한 MBC노조는 "증언만 있으면 사람을 죽창으로 찌르던 6.25 때 인민재판이 연상될 정도"라고 비난했다.

    "인사위 회부 없이 경제팀 근무… '동명이인 오보'도 내"


    MBC노조는 "후임자인 안형준 MBC 사장과 임영서 뉴스룸 국장도 마찬가지"라며 "오보 예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지난 1월 판결문을 읽어봤거나 전해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MBC가 보도한 제보자의 진술이 과거 진술과 모순되고 객관적 증거에도 부합하지 않아 도저히 믿기 어렵고, MBC가 제보자 진술을 객관적 증거와 대조해 검토하거나 주변인물 등에 대한 광범위한 검증작업을 거쳤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한 MBC노조는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첫 보도 이전에 제보자 진술에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고, 홍 기자가 이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고의적인 오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해석한 MBC노조는 "아마 판사들도 MBC의 행태에 놀란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이례적인 1억3000만원의 거액 손해배상을 선고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정했다.

    MBC노조는 "그런데도 두 달이 넘도록 홍 기자가 오보에 대한 조사를 받거나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오히려 선망의 대상인 경제팀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근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오보가 근절되겠느냐"고 꾸짖은 MBC노조는 "MBC는 지난달 31일 동명이인 오보에 대해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렇다면 취재기자가 탈북작가 성폭행 제보를 증거도 없이 보도했다고 밝히고,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경영진이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 "승씨, 도저히 '강간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지난 1월 27일 '탈북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장진성 씨가 MBC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MBC와 취재기자(홍OO), 제보자(승OO)는 원고 장진성 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고, 또 다른 원고 전OO 씨에게는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021년 1월 24일, 같은 해 2월 28일 방영된 '스트레이트' 방송 2회분을 '다시보기'와 인터넷상에서 내리고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장씨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의 통일전선부(대남공작기관) 산하 101연락소에서 근무하다 2004년 탈북한 인물. 남한 정착 후 2010년까지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재판부는 "MBC는 '원고 전씨가 피고 승OO 씨를 준강간한 뒤 나체 사진을 찍어 원고 장씨에게 전송했고, 장씨가 이 사진을 빌미로 승씨를 여러 차례 강간했다'는 제보자의 주장을 보도했는데, 이는 허위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원고 장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승씨가 주장한 나체 사진이 확인되지 않았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호텔에 대해 말이 바뀌는 등 피고의 진술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승씨가 강간당했다는 장소로 서울 논현동을 지목했다가 방이동으로 바꾸는 등 혼동하기 어려울 만큼 떨어져 있는 장소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진술의 신뢰도를 낮게 판단한 재판부는 승씨가 전씨에게 "장씨를 죽이기 위한 비리나 약점을 알려달라" "나와의 관계를 아내가 알면 좋지 않을 것이다" "나와 동거 중인 사람이 중국에서 사람도 죽인다"고 협박한 내용이 수사 결과 드러난 것도 승씨를 강간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승씨가 장씨와 전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은 승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 각각 불송치 결정과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제보 내용을 살피더라도 승씨의 제보 목적과 제보 내용이 충분히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데도 MBC '스트레이트'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MBC가 '장씨와 전씨가 취재를 피했고 명확한 설명을 못해 제보자의 말을 신뢰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취재에 응할지 여부는 자유"라며 "(수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취재를 거부했던 이유가 납득이 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위자료를 총 1억3000만원으로 산정한 재판부는 "해당 방송으로 인해 원고들은 가정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을 하기 어렵게 됐고,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MBC와 승씨 등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승씨의 비정상적 언행 증거들, 차고도 넘쳐"

    앞서 장씨는 MBC '스트레이트' 방송 다음날(2021년 1월 25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제보자 승씨의 주장과 이를 여실히 반영한 방송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장씨는 "제보자 승OO의 거짓과 억지주장들이 시작된 동기와 그 배후이자 남친인 황OO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가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며 "제 신변보호 경찰관으로부터 기자의 취재 요청이 왔을 당시 저는 인터뷰 가치도 못 느낀다고 전하도록 했고, 그때부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승OO과의 인연은 5년 전 제가 대북전문매체 뉴포커스 운영 당시 북한 꽃제비 출신 인물들을 취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실향민 출신인 제 친구(전OO)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에게 참한 탈북녀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맞선을 주선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씨는 "당시 승OO은 제 지인(전OO)과 한 달이 넘도록 정상적인 교제를 하고도 지금에 와서 자기주장을 부풀리기 위해 저의 강요에 의한 성상납을 호소하고 있다"며 "(전씨와의) 전화 녹취록에서 승OO은 5년 전 교제 당시 자기가 낙태한 것을 2년 전 결혼한 제 지인 아내에게 알려주겠다며 거짓협박했고, 화해조건으로 제 비리 하나만 알려달라고 40분 동안 줄곧 애걸했다"고 폭로했다.

    장씨는 "이번 방송을 취재 전담한 홍OO 기자는 녹취자료들과 카톡 문자들을 자기가 이미 다 갖고 있다고 사학재단 측 변호사에게 인정했으나, 양면의 공정보도가 아닌 오로지 저를 과녁으로 삼는 일방적 주장의 짜깁기 기사를 위해 시청자들의 의혹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그 중요 증거물들을 방송에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전화녹취와 카톡 문자에는 "탈북민을 동정하며 밥 한 번 사 준 저의 지인을 성폭행범으로 몰고, 그 허위사실을 근거로 저의 성상납을 주장하는 승OO과 황OO의 비정상적인 언행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 장씨는 "제가 해외 출장 중이라 방송가처분신청이나 법적 대응이 늦어진 점은 통분하나 늦게나마 변호사 선임과 법적 조치 준비는 모두 마쳤다"며 "5년 전 성폭행, 성상납을 들먹인 승OO과 그 배후인 황OO, 그리고 그들의 비정상적인 사적 원한을 대변한 왜곡방송, 조작방송 MBC, 그리고 관련 기자들에게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