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출산하면 대출금 탕감" 연 12조원 정책 검토… 정부 우려에도 강행총리실 '국정기조에 안 맞아' 반대 분명히 했는데도 강행… 행정부 일원 망각한 처사대통령실 "위원회 열린 적도 없는데… 논의도 검증도 없이 언론 발표해 정책 혼선"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종현 기자
    대통령실이 정부 기조와 다른 저출산 대책을 밝힌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실상 '해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 8일 오후 대통령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이 같은 대통령실의 불쾌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장문의 글이 돌았는데, 이는 대통령실이 내부적으로 견해를 정리한 글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나경원 전 의원은 위원회의 논의와 전문가 검증 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며 "더구나 저출산위원회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차원에서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국무총리실이 국정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십조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되는 저출산정책이다. 예산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마저도 예산 조달 방법과 예산 추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극구 반대한 개인 의견을 발표해 국민들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내각으로부터 나 전 의원의 언론 발언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를 받고 해당 정책에 대해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와 상반된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후 언론 인터뷰에 이어서 또다시 페이스북 글을 올려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재정 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라는 등의 주장을 반복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책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나 부위원장의 행보를 질책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사실상 '해촉'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워하고 있다"고 거듭 불편한 견해를 표명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새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혼부부에게 결혼자금을 대출해 주고, 출산 시 이자와 원금을 덜어 주는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제도는 이자를 낮춰 주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이보다 과감하게 출산과 연계해 원금을 일정부분 탕감해 주는 제도를 고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 부위원장은 이어 자신이 제시한 저출산 대책 실현에는 연간 약 12조원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부연했다.

    신혼자금 대출과 출산을 연계해 출산 시 이자 및 원금을 탕감해 주는 '헝가리식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나 부위원장의 발표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부인했다. 

    안 수석은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관련 정책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안 수석의 직접 브리핑은 나 부위원장의 기자간담회 하루 만이었고,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6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의 저출산 대책 발표는 대통령에게 '중요한 안건'으로 보고됐고,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해지면서 윤 대통령은 "적절하게 그렇게 대응을 하라"고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나 부위원장을 '견제'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은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인 것은 말씀드릴 계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