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이준석의 충돌은 철학과 인식의 차이서 출발'尹의 자유'는 상하적 질서 속 흐르는 '현실적 자유''李의 자유'는 타인으로부터 빼앗는 '분탕질의 자유'방임적 MZ세대의 자유는 '보편적 자유'로 거듭나야
  • 지금 국민의 힘에서 제일 미운 놈은 이준석이다. 미운데 영리하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지난 4일 보수의 본거지인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연설을 했다. 보란 듯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철학인 자유를 15번이나 외쳤다. 윤대통령이 취임사와 8·15경축사에서 33번씩 외친 자유에 대한 반발이자 대립구도를 만들려는 의도이다.  

    尹과 이준석 둘 다 자유를 제일의 가치로 삼는데 왜 그렇게 다투는 것일까? 尹대통령과 이준석 전대표의 충돌은 철학의 차이, 인식의 차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한쪽에서는 내부총질이라고 보고, 한쪽에서는 건전한 당내 비판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尹의 자유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통치철학으로 내세운 자유가 길을 잃었다. 그 사이에 이준석의 자유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섰다. 민정수석실 해체, 대통령실 이전과 같은 자유를 향한 혁신적인 행동이 빛을 잃었다. 형님이 동생들을 돌보는 푸근함 대신에 지금은 거칠고 찍어 누르는 서슬 푸름이 느껴진다.  

    통치철학으로써의 尹의 자유는 제왕의 현실을 인정하지만 제왕의 권력을 나누면서, 제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자 하는 자유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온 백성에게 자유의 물이 흘러가고, 상하적 질서 속에서 질서 있는 자유가 달성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자유였다. 그리고 그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내부총질이며 분탕질이 된다.

    그런데 이준석의 자유는 분탕질의 자유다. 다른 사람의 자유와 충돌하면서 획득하는 자유다. 타인으로부터 또는 공동체로부터 쟁취하는 자유다. 억압하는 존재와의 투쟁을 통해서 획득한 자유, 피비린내가 날 듯 한 자유다. 날것의 파닥거림이 느껴지는 자유다. MZ세대의 쟁취하는 자유는 기성세대가 이미 획득한 자유를 뺏으려고 하는 과정, 또는 반발에서 생겨났을 수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를 호황기 시대를 잘 만나서 자유만 누리지 그에 책임과 행동이 없는 무임승차 세대라고 본다.

    그래서 尹의 자유의 눈에는 위아래도 없는 버릇없고 염치없는 젊은이가 보이고, 이준석의 눈에는 가진 자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그림자가 아른 거릴 것이다. 그런데 정작 피터지게 싸워야 할 자유민주주의 공동의 적인 전체주의, 권위주의, 종북주의는 보이지 않게 된다.    

    이대로 자유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먼저 尹의 자유는 이준석이 아니라 이준석의 자유를 품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MZ세대의 자유를 품어야 한다. 비록 의무를 망각하고 날뛰더라도 그들의 자유가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기성세대가 누리는 자유에 대한 책임의 이행이다. 보수의 제일 가치인 자유를 위한 자유의 충돌은 자유의 가치를 더욱 숭고하게 만들 것이며, 세대 간의 갈등 또한 해소시킬 것이다.
  • ▲ 이철규 사단법인 지식융합원 원장. ⓒ뉴데일리
    ▲ 이철규 사단법인 지식융합원 원장. ⓒ뉴데일리
    그리고 MZ세대의 자유도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 자유로운 행동에 상응하는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의무도 염치도 없는 MZ세대의 자유는 다시 보편적 자유로써 거듭나야 한다. 질서 있는 자유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를 가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런 가치의 충돌이 정치적 흥밋거리로 전락하는 것이고. 또 그것이 윤석열 정부 국정의 발목을 잡으며 보수가 함께 공멸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