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사카모토 류이치 표절 사건일본문화 베끼기는 한국 연예-예술계의 고질병
  • ▲ 사카모토 류이치와 유희열(우)ⓒ뉴데일리DB
    ▲ 사카모토 류이치와 유희열(우)ⓒ뉴데일리DB
    유명 음악인 유희열이 일본의 거장 대중음악 작곡가인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 1952~ )의 작품을 표절한 것을 인정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이전에도 사카모토의 작품 등을 다수 표절한 혐의가 있다.
    그뿐 아니라 많은 한국 뮤지션들이 외국곡들을, 특히 일본 음악가들의 작품을 많이 표절해왔다.
    암암리에 다 아는 사실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세작 <난 알아요>도 밀리 바닐리의 곡과 대단히 흡사하다.
    룰라의 히트곡 <천상유희>는 아예 일본 곡의 카피 수준 표절로 판정돼 퇴출됐었다.
    음악인 Y는 표절 전문으로 유명하다. 

    음악만 그런가?
    예전부터 영화는 물론 드라마 심지어는 예능프로까지 일본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차라리 ‘오마주 기법’이란 이름으로 치장하는 편이 더 나은 사례들이 아주 많다.
    한국영화역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추앙받는 신성일 주연의 <맨발의 청춘>도 일본 영화를 베낀 수준이었다. 

    사카모토는 유희열의 표절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에게서 분명히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곡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흐나 드뷔시와 같은 수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오해를 말아달라." 
    실로 관대하고 대가의 품격을 느끼게 하지만 뼈가 있는 성명서였다.
    재밌게도 사카모토는 젊은 시절 자신이 드뷔시의 환생이라 생각하기도 했단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다.
    도쿄예술대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다가 민속음악과 전자음악을 더 공부해서 그의 음악은 퓨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뉴에이지 음악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뮤지션으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1987)의 음악을 담당해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거장이다.
    이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아시아인으로선 첫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자였다.
    기타로, 토미타 이사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퓨전 음악인이다. 

    필자는 <마지막 황제>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 일본군 장교로 출연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명화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1983년)의 음악을 더 좋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F9_9MZyQGo

    수없이 리메이크된 곡이기도 하다.
    사카모토가 나이 들어서 직접 피아노를 치는 라이브 공연을 유튜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 ▲ 세계적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그는 일본군 장교역으로도 출연, 영국의 유명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맡은 영국군장교를 좋아하는 배역을 맡기도 했다. 오른쪽이 데이비드 보위. ⓒ뉴데일리
    ▲ 세계적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그는 일본군 장교역으로도 출연, 영국의 유명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맡은 영국군장교를 좋아하는 배역을 맡기도 했다. 오른쪽이 데이비드 보위. ⓒ뉴데일리
    이 영화에는 영국 출신 유명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영국군 장교 포로로 출연했다.
    여기서 사카모토는 미남인 보위에게 치명적 사랑을 느끼는 엘리트 일본군 장교로 열연했다.

    음악은 물론 사카모토 자신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또 명 감독이자 연기자인 기타노 다케시가 포로수용소의 거친 일본군 중사 역으로 신들린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하얀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직접 진지하게 연주하는 것을 보면 구도자의 풍모가 보이기도 한다.
    고질적인 암 재발과 노환으로 고생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고, 수명이 거의 다했다고도 보도된다. 

    재밌는 현상은 반일적인 좌파진영의 예술인-연예인들이 일본 문화 베끼기에는 더 열정(?)적인 현상도 나타난다.
    소설가 신경숙이 일본의 강성 우익 작가인 고(故)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들을 많이 ‘참조’해서 큰 물의를 빚은 경우가 유명하다.
    일본 상품 불매를 결사적으로 외치는 좌파 매체의 기자들이 자기 사진기들이 전부 일본의 캐넌이나 니콘 제품이라 테이프로 레이블을 가리고 취재하는 촌극 같은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쪼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예술계의 고질적인 일본 문화 표절이 감소하길 기대한다.
    아예 오마주라는 이름으로 재창조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