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자위대원 야마가미 테쓰야…사제 총 사용해 아베 가슴에 2발 발사"아베에 불만 있어 죽이려 했다" 진술... 기시다 총리 "보안 파악후 대응"'야마가미'는 일본서 3만명도 안되는 희귀성... 외국인 가능성 거의 없어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파 위기… 기시다 정부 국제정책에 변화 가능성‘극우’ 아소파, ‘친중’ 니카이파 전면에 나서면... "한미일 관계에 영향" 우려
  • ▲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를 제압하는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를 제압하는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나라현 나라시에서 거리 유세 도중 40대 괴한의 사제 총에 맞아 심정지 상태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날 정오쯤 아베 전 총리는 인근 나라현립의과대학 병원으로 헬기 이송돼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NHK는 오후 5시 46분 자민당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처음에는 범인이 외국인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지만, NHK 등 현지 언론들은 용의자가 일본인으로 전직 자위대원이라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인해 일본 자민당 내부는 물론 한·미·일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NHK “용의자는 전직 자위대원 야마가미 테쓰야… 2005년 전역”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나라시에 거주하는 ‘야마가미 테쓰야’라는 41세의 일본인이다. 야마가미라는 성씨는 일본 전체에서 3만 명도 채 안 된다. SNS 일각에서 제기된 외국인 범행일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다.

    NHK는 야마가미 테쓰야가 해상자위대에서 3년 근무한 뒤 2005년 전역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이날 오전 11시30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선거 유세연설을 하던 아베 전 총리에 다가가 2회 총격을 가했다.

    야마가미는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체포 당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불꽃놀이처럼 커다란 폭발음이 두 번 들렸다”는 현장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최초 총격 보도 때는 야마가미가 사용한 무기가 ‘산탄총’ 또는 ‘권총’이라고 알려졌으나 현지 경찰은 사제 총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시다 “비열한 범행, 절대 용서 못해… 참의원선거는 예정대로”

    아베 전 총리는 피격 직후 구급차와 닥터헬기로 나라현립의대 부속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따르면 위독한 상태다.

    FNN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야마가타현에서 참의원 유세를 돕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소식을 접한 뒤 황급히 총리관저로 복귀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현재 위독한 상태로 이 고통에서 살아남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은 비열한 범행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참의원선거 일정 조정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아직 없다. 일단 모든 각료들은 도쿄로 돌아와 달라”면서 지금은 아베 전 총리의 피격이 정책 실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참의원선거 유세 도중 전직 총리가 피습당한 것을 두고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는 유세 현장의 보안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사망 시… 호소다파 흔들리며 한·미·일 삼각협력 문제 생길 수도

    아베 전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최대 계파라는 호소다파(세이와정책연구회, 94명)의 수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은 아소파(지공회, 53명), 다케시다파(헤이세이연구회, 52명), 니카이파(지수회, 47명), 기시다파(굉지회, 46명)가 있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아베 전 총리의 호소다파는 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고 평화헌법 개헌에 반대 의사를 표했던 고노 다로 당시 규제개혁장관은 자신이 속한 아소파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소파는 오히려 아베 전 총리와 함께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인 호소다파, 아소 다로 부총리의 아소파는 자민당 주류세력이다. 둘 다 자신들을 후원하는 일본회의 등 극우세력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편다. 하지만 차이는 있다.

    호소다파의 경우 미일동맹을 유지하고 미국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적 기지 타격 역량 보유’와 같은 목표 제시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일본에게 갖출 것을 계속 요구했던 역량임과 동시에 극우진영이 말하는 재무장에도 부합하는 목표다. 반면 아소파는 평화헌법 개헌 등을 거듭 요구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극우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데 아베 전 총리가 오늘 사건으로 숨질 경우 호소다파는 다시 수장을 뽑아야 하고, 이들이 지원했던 기시다 정부의 정책도 한동안 흔들릴 수 있다. 

    호소다파가 참의원선거 등을 이유로 수장을 빨리 추대하지 못할 경우 한국에 반감이 큰 편인 아소파가 한동안 정책을 이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한일관계 복원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기시다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친중 성향 의원이 많다고 알려진 니카이파까지 나서면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욱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