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체르노빌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냉각시설에 전기 공급 끊겨…48시간 뒤 위험”IAEA와 미국원자력학회 “냉각수 양 충분해서 전기 공급 끊기더라도 큰 문제 안 생길 것”우크라이나·IAEA “직원들, 2주 동안 교대 없이 근무하는 상황…원전 안전에 큰 위협”
  •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단지 내에 있는 핵폐기물 저장고.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단지 내에 있는 핵폐기물 저장고.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체르노빌 원전의 전력공급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양측은 체르노빌 원전에 억류돼 있는 근로자 200여 명의 문제가 원전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우크라 “포격으로 체르노빌 원전 전기 끊겨…사용 후 핵연료 냉각시설 위험”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포격으로 인해 송전망이 파괴면서 체르노빌 원전 시설 전체에 전력공급이 중단됐다”며 “이로 인해 체르노빌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냉각시설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네르고아톰은 “지금은 체르노빌 원전 내 디젤발전기로 냉각을 하고 있지만 최대 48시간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 사실은 전하며 “그 뒤에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냉각시스템이 멈추고 방사능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며 “송전망 수리를 위해 즉시 임시 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원전폭발사고를 겪은 뒤로는 모든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이곳에다 사용 후 핵연료 냉각시설을 만들어 폐연료봉을 보관하고 있었다.

    IAEA와 美전문가 그룹 “전력 공급 안 돼도 사용 후 핵연료 안전”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도 지난 8일 체르노빌 원전 안전장치 체계(원전의 핵물질 감시체계)의 자료 전송이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IAEA는 그러나 9일에는 “체르노빌 원전의 사용 후 연료 저장시설의 냉각수 양을 고려할 때 전력 공급이 없어도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안전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체르노빌 원전의) 정전은 심각한 문제지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다”는 미국원자력학회의 의견을 전했다. 신문들은 학회도 IAEA와 같은 의견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IAEA “러 병력 억류 중인 체르노빌 기술진 200명 안전 위협”

    한편 우크라이나와 IAEA는 러시아군이 억류 중인 체르노빌 원전 기술진과 경비원 200여 명의 안전에 우려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앞서 “체르노빌 원전 기술진과 경비원들은 우크라이나 당국과 이메일을 통해서만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이 교대근무 없는 원전 관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체르노빌 원전 직원들이 힘든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원전 안전에 미칠 잠재적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현재 원전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군에게 원전 직원들의 안전한 근무교대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한 뒤 직원 200여명을 억류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교대 없는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체르노빌 원전 직원들은 정전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며 “러시아군이 원전을 점령한 뒤 영하의 기온에서 쉬지 않고 일하고 있으며 작업장에는 난방도, 따뜻한 식사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