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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민언련 견제'를 빼곤 언론개혁을 말할 수 없다

정파에 찌든 언론단체들의 '내로남불' 언론감시… 언론을 더 병들게 한다

박한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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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2-28 11:11 수정 2022-02-28 11:11

▲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뉴시스

이번 대선 보도에 임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의 심의 의결 보도를 접하면 한편의 코미디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치권에서 흔히 보는 투철한 내로남불 정신을 선거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중시한다는 선방위원들에게서도 똑같이 발견할 때마다 이 거대한 사기극이 언제쯤이면 멈출까 하는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물론 내로남불이라도 여야의 수준 차이가 있다.

선관위는 작년 보궐선거 때 ‘내로남불 표현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문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할 만큼 민주당이 부지불식간 드러내는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다.

문제는 유독 독립성과 공정성이 강조되는 방통위나 방심위, 선방위와 같은 언론 미디어 문제를 다루는 곳에서 이러한 내로남불 원리가 강력하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곳일수록 강력한 진영논리로 무장한 민언련 등 언론관련 단체들의 인사가 대거 들어가 있거나 입김이 강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근래 TBS ‘김어준 뉴스공장’과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대한 선방위원들이 보여준 내로남불 심의 잣대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재익 PD 논란은 이번 달 초 자기방송에서 이 PD가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틀고 가사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를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돼요, 여러분들이 가사를 듣고 각자 떠올리는 사람이 있겠죠. 누구라고 말하면 이 방송 없어져요”라고 말했다가 민주당이 강력히 항의한 이후 하차한 사건이다.

민주당은 이 PD가 이재명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는데, 듣기에 따라선 윤석열 후보를 떠올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민주당 측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검사 시절 자기 가족에 관대하고 조국 전 장관 등 남은 혹독하게 수사했다고 주장하지 않나. 이 PD가 이 노래로 앞에선 윤 후보를 비판하고 뒤에선 이 후보를 비판했다고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듣기에 얼마든지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발언을 갖고 민주당은 방송사에 강력한 압력을 넣은 꼴이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후 이 PD는 방송에서 강제 하차 당했다. 지난 주 열린 선방위 회의에서 이 프로그램 심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우리는 민언련 출신 인사들의 정파성과 내로남불이 얼마나 지독한지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스 보도에 의하면 민언련 공동대표 출신 김언경 위원은 “논란과는 별개로 방송의 적절성만 놓고 봤을 때 심각한 수준”이라며 “다른 것은 풍자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DJ DOC 노래를 틀어놓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이런 사람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누구를 뽑지 말라고 지시하는 듯한 굉장히 강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다른 친여 성향의 심의위원들조차 가벼운 행정지도인 ‘권고’를 낸 것에 비해 무거운 법정제재인 ‘주의’를 주었다.

코미디 같은 민언련 출신 선방위원의 내로남불 심의

그렇다면 김언경 위원은 TBS 뉴스공장 김어준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사용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같은 날 선방위 심의 안건으로 김어준의 편파 방송도 어김없이 올라왔다. 2월 초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속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뉴스’ 코너에서 김어준은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과 경기도 공무원 사적 심부름 의혹을 다뤘는데, ‘개인카드 취소 및 법인카드 결제 시간이 딱 붙어 있는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자체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홈페이지에 공개되기 때문에, 사적 유용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등의 논리를 내세워 김혜경씨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방송을 했다.

김언경 위원은 여권 측 심의위원들조차 심각성을 고려해 ‘주의’를 준 것에 비해 훨씬 가벼운 ‘의견제시’를 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미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공식적으로 한 김어준이 선거 기간 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선방위원들이 논쟁을 벌일 때 “(김어준 씨) 출연 건에 대해서는 방통심의위가 방송법에 관한 유권해석을 명확하게 해준 이후에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다.

그게 방통심의위가 유권해석을 내려야 할 만큼 불명확한 사안인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1조 3항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100조 1항 2에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어떤 법령을 보더라도 선거 기간 동안 김어준의 방송 진행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는데도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느껴지면’ 강력한 제재를 때리고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느껴지면 솜방망이로 제재 흉내만 내고 넘어가는 게 바로 김언경 위원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내편과 네 편이 누구냐에 따라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언론, ‘내로남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위선적인 말을 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만적인 내로남불 행태가 김언경 위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예를 들었을 뿐이다. 민언련 출신 인사들은 김언경 위원 이상으로 진영논리에 찌들어 이중잣대를 휘두르는 인물들이 많다. 민언련이 배출한 대부분의 인사들이 그렇다. 이 단체 출신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대표적인 인물, 최민희 의원을 보라. 그야말로 언행이 화려하지 않나.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부분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민언련이 견제 받지 않는 최강 권력으로 독주하며 에일리언이 알 까듯 내로남불 인사들을 곳곳에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언련이 추천한 인물들이 들어간 곳곳에서 작금의 선방위가 보이는 쩌는 내로남불 행태가 없는 곳이 없다는 게 불행한 현실이다.

김 위원은 언론의 내로남불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언론의 내로남불 행태를 더 부추기고 병들게 만드는 게 바로 민언련과 같은 정파에 찌든 언론단체들의 내로남불 언론감시 행태다. 언론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실상은 언론을 더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진정한 언론개혁이란 민언련과 같은 단체의 독주를 막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독주를 막을 견제세력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역할이 굉장히 미흡하거나 유명무실하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지만 홍위병 언론 등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권이라면 반드시 민언련 등 언론계 권력집단의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위상이나 영향력이나 어떤 면에서도 단순 시민단체의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 없이 이루어지는 언론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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