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 찌든 언론단체들의 '내로남불' 언론감시… 언론을 더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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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작년 보궐선거 때 ‘내로남불 표현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문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할 만큼 민주당이 부지불식간 드러내는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다.
문제는 유독 독립성과 공정성이 강조되는 방통위나 방심위, 선방위와 같은 언론 미디어 문제를 다루는 곳에서 이러한 내로남불 원리가 강력하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곳일수록 강력한 진영논리로 무장한 민언련 등 언론관련 단체들의 인사가 대거 들어가 있거나 입김이 강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근래 TBS ‘김어준 뉴스공장’과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대한 선방위원들이 보여준 내로남불 심의 잣대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재익 PD 논란은 이번 달 초 자기방송에서 이 PD가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틀고 가사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를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돼요, 여러분들이 가사를 듣고 각자 떠올리는 사람이 있겠죠. 누구라고 말하면 이 방송 없어져요”라고 말했다가 민주당이 강력히 항의한 이후 하차한 사건이다.
민주당은 이 PD가 이재명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는데, 듣기에 따라선 윤석열 후보를 떠올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민주당 측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검사 시절 자기 가족에 관대하고 조국 전 장관 등 남은 혹독하게 수사했다고 주장하지 않나. 이 PD가 이 노래로 앞에선 윤 후보를 비판하고 뒤에선 이 후보를 비판했다고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듣기에 얼마든지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발언을 갖고 민주당은 방송사에 강력한 압력을 넣은 꼴이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후 이 PD는 방송에서 강제 하차 당했다. 지난 주 열린 선방위 회의에서 이 프로그램 심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우리는 민언련 출신 인사들의 정파성과 내로남불이 얼마나 지독한지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스 보도에 의하면 민언련 공동대표 출신 김언경 위원은 “논란과는 별개로 방송의 적절성만 놓고 봤을 때 심각한 수준”이라며 “다른 것은 풍자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DJ DOC 노래를 틀어놓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이런 사람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누구를 뽑지 말라고 지시하는 듯한 굉장히 강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다른 친여 성향의 심의위원들조차 가벼운 행정지도인 ‘권고’를 낸 것에 비해 무거운 법정제재인 ‘주의’를 주었다.
코미디 같은 민언련 출신 선방위원의 내로남불 심의
그렇다면 김언경 위원은 TBS 뉴스공장 김어준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사용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같은 날 선방위 심의 안건으로 김어준의 편파 방송도 어김없이 올라왔다. 2월 초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속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뉴스’ 코너에서 김어준은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과 경기도 공무원 사적 심부름 의혹을 다뤘는데, ‘개인카드 취소 및 법인카드 결제 시간이 딱 붙어 있는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자체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홈페이지에 공개되기 때문에, 사적 유용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등의 논리를 내세워 김혜경씨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방송을 했다.
김언경 위원은 여권 측 심의위원들조차 심각성을 고려해 ‘주의’를 준 것에 비해 훨씬 가벼운 ‘의견제시’를 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미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공식적으로 한 김어준이 선거 기간 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선방위원들이 논쟁을 벌일 때 “(김어준 씨) 출연 건에 대해서는 방통심의위가 방송법에 관한 유권해석을 명확하게 해준 이후에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다.
그게 방통심의위가 유권해석을 내려야 할 만큼 불명확한 사안인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1조 3항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100조 1항 2에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방송프로그램 또는 해당 방송광고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어떤 법령을 보더라도 선거 기간 동안 김어준의 방송 진행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는데도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느껴지면’ 강력한 제재를 때리고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느껴지면 솜방망이로 제재 흉내만 내고 넘어가는 게 바로 김언경 위원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내편과 네 편이 누구냐에 따라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언론, ‘내로남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위선적인 말을 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만적인 내로남불 행태가 김언경 위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예를 들었을 뿐이다. 민언련 출신 인사들은 김언경 위원 이상으로 진영논리에 찌들어 이중잣대를 휘두르는 인물들이 많다. 민언련이 배출한 대부분의 인사들이 그렇다. 이 단체 출신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대표적인 인물, 최민희 의원을 보라. 그야말로 언행이 화려하지 않나.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부분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민언련이 견제 받지 않는 최강 권력으로 독주하며 에일리언이 알 까듯 내로남불 인사들을 곳곳에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언련이 추천한 인물들이 들어간 곳곳에서 작금의 선방위가 보이는 쩌는 내로남불 행태가 없는 곳이 없다는 게 불행한 현실이다.
김 위원은 언론의 내로남불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언론의 내로남불 행태를 더 부추기고 병들게 만드는 게 바로 민언련과 같은 정파에 찌든 언론단체들의 내로남불 언론감시 행태다. 언론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실상은 언론을 더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진정한 언론개혁이란 민언련과 같은 단체의 독주를 막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독주를 막을 견제세력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역할이 굉장히 미흡하거나 유명무실하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지만 홍위병 언론 등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권이라면 반드시 민언련 등 언론계 권력집단의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위상이나 영향력이나 어떤 면에서도 단순 시민단체의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 없이 이루어지는 언론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