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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강규형의 또 다른 승리가 의미하는 것

정권과 부역 언론세력이 강행한 '적폐청산'이 '잔인한 정치보복'이었음을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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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02 11:15 | 수정 2021-12-02 11:40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

강규형 전 KBS 이사가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전 핵심 간부들과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승리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4-1 민사부(재판장 오연정)는 11월 26일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인다"고 판결했다. 1심은 본부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인 강 전 이사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번 2심 재판부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기획, 지시, 지도한 노조 간부들 개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고, 일반 조합원의 경우에도 위 집단행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결과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었다면 그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대해서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 6명(성재호, 오태훈, 강윤기, 임용진, 이병도, 조성문)은 강 전 이사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중에 같은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노조원 이진성 씨도 강 전 이사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강 전 이사는 자신을 KBS 이사에서 해임한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리한 것에 이어, 매우 중요한 이번 재판에서도 또다시 값진 승리를 이뤄냈다. 이 사건은 201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전 이사는  KBS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 대회의실로 가려 5층 승강기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본부노조원들에 둘러싸여 집단 린치를 당했다.

강 전 이사 승소 사건을 다룬 언론 기사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이때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본부노조원들은 스크럼을 짜듯 강 전 이사를 에워쌌는데, 얼마나 바짝 조였는지 도저히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디딜 수 없을 정도였을 뿐 아니라 노조원들은 팔을 뻗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손가락 모양의 손을 강 전 이사 얼굴에 들이밀고 있었다.

동영상에 담긴 당시 상황은 매우 험악해 보였다. 곳곳에서 고함이 들렸고 본부노조 당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일사분란하게 강 전 이사 퇴진 구호를 외쳤다. 한 개인을 마치 사냥감 포획하듯 둘러싸고 위협적 구호를 외치는 노조원들 얼굴에는 묘하게도 웃음이 흘러넘쳤다. 광기 어린 집단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그로테스크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보통 사람이면 도저히 제정신을 붙들고 있기 힘든 긴장과 공포 속에서도 강 전 이사가 평상심을 유지하며 발걸음을 옮기려 애쓰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해 보였다. 강 전 이사는 이 당시 노조원들의 물리적 정신적 집단 린치로 인해 결국 경추부염좌 등 전치 2주의 상해진단을 받았다. 당시 본부노조는 별일 없었다는 듯 악마의 편집이 된 영상을 올렸지만 KBS 시큐리티가 채증한 영상에는 그와는 다르게 위원장 성 씨가 손으로 (영상을 못 찍도록 하려는 것처럼) 내리치는 모습과 시큐리티 측에서 '위원장님 뭣 하는 짓입니까' 하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악마적 행태에도 사과하지 않는 그들

이 사건 이틀 전에는 본부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할 목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저지하던 KBS시큐리티 직원 서너 명을 다수의 위력으로 계단으로 끌어내리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다. 시큐리티 직원들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던 사실은 당시 언론보도로 통해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아쉬운 점은 법원이 특수상해는 기각하고 업무방해만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동영상을 보면 본부노조원들은 떼로 몰려들어 강 전 이사를 에워쌌고 강 전 이사 얼굴 코앞에까지 팔을 뻗어 이동을 막았다. 그 과정에서 안경도 벗겨지고 옷도 찢어지는 등 상처를 입었다. 강 전 이사의 전치2주 상해진단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단체, 다중의 위력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재판부가 특수상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언론노조원들이 이런 비슷한 위력 사건을 벌여도 특수상해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다는 안 좋은 신호를 준 꼴이다. 이런 질 나쁜 사건일수록 재판부는 재발을 방지하고 발전적인 선례를 남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이 아쉽다.

강규형 전 이사의 승소 소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련하여 쌓여있는 송사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매번 강 전 이사 사건을 글로 남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첫째,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인 적폐청산의 실체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권과 부역 언론세력들이 적폐청산이라고 강행했던 일들이 실은 잔인한 정치 보복, 불법적 만행에 불과했다는 것을 법원이 속속 증명해주고 있다.

둘째,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그들이 어떤 프로세스로 일을 저질렀는지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기려는 고발 차원의 의미다. 사건 진행 하나하나, 법원 판결 하나하나 기록해두듯 글로 남기는 것은 그들의 만행을 널리 알려서 재발을 막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강규형이란 인물은 집단의 힘을 앞세운 전체주의 세력의 만행에 맞선 한 개인이 가진 용기와 저항의식이 어떤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 교훈이 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강 전 이사를 짓밟고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문 대통령과 본부노조 등 부역세력의 진심이 깃든 사과다. 앞에선 선이라고 떠들면서 뒤에선 호박씨를 제대로 깠던 악마적 행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서는 당신들의 주장은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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