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는 평등…국제법 기반한 질서 따르며 호혜·협력, 다자주의 추구해야”주재우 교수 “돈 쓰고 힘자랑 해도 냉전 때와 달리 '동맹국' 안 생기자 충격받은 듯”
  • 지난 3월 전인대 개막식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전인대 개막식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폐막과 함께 중국을 향해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홍콩 탄압, 대만 위협,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주변 국가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14일 현재까지 공식 반응이 없다. 휴일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신 영국주재 중국대사관이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반박했다. 중국 전문가는 이 성명을 두고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어떤지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국제법 기반 질서 따라 다자주의 추구해야”

    영국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공동대응책이 논의되고 ‘더 나은 세상 재건(B3W)’ 구상이 나오자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놨다.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우리는 크건 작건, 강하건 약하건, 부유하건 가난하건 모든 국가는 평등하며 세계의 문제는 국가들의 협의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소수의 국가가 범지구적 결정을 내리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다자주의는 오직 한 가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목적·원칙에 입각한 평등한 처우, 호혜·협력으로 대변되는 것뿐 소수 파벌의 이익을 위하거나 정치적 블록을 대변하는 가짜 다자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G7 정상들이 내놓은 중국 대응방안이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가짜 다자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침묵…관영매체만 G7 정상회의 비난

    YTN은 14일 “오늘이 단오제로 중국에서는 휴일이어서 중국 외교부가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대신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신화통신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중국의) 입장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세계가 도전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G7이 중국을 배제하거나 봉쇄하려 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며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비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화통신은 “G7은 이번 회의에서 세계의 난제에 대한 해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남겼다”면서 “신장, 홍콩, 대만,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문제가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빠지지 않은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재우 교수 “중국, 자기네 처지 깨달은 듯…2022년 동계올림픽까지 약자 행세”


    영국주재 중국대사관의 G7 정상회의 비난 성명을 두고, 중국 정치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내용의 맥락이 G7 정상회의 비난보다는 중국 당국이 국내외에서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명 내용은 최근 시진핑이 공산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했던 말과 연결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사랑과 신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외교정책을 구사하자”고 주장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 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친구를 만들고 이들과 연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겸손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냉전 때처럼 돈을 쓰고 힘 자랑을 하면 ‘제3세계 비동맹’처럼 자기 말을 잘 듣는 나라들을 줄 세울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가 자기네 편이 아무도 없는 현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고 주재우 교수는 지적했다. ‘일대일로’ 사업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중국의 명령을 듣는 ‘동맹국’을 만들려 했지만, 냉전이 끝난 뒤 각자도생하게 된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은 이익만 챙기고 중국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 편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약자 행세’로 태도를 바꿨다는 게 주 교수의 지적이었다.

    중국의 ‘약자 행세’는 내년 가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주 교수는 “내년 가을에 열리는 공산당 대회는 시진핑이 권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문제가 시진핑의 권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문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경우 시 주석의 권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처럼 지금은 불리한 상황임을 인식한 중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를 위협했던 ‘늑대외교’에서 잠깐 벗어나 시진핑의 말처럼 ‘사랑과 신뢰, 존경받는 외교정책’을 펼치려 할 것”이라고 주 교수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