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법 24조 '국회는 감찰 대상 제외' 명시…국민의힘 "감찰 아닌 조사 의뢰" 해명국민의당도 "국민 우롱" 맹비난… 감사원 "조사 의뢰도 결국 감사, 국회의원은 못해"
  •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강민국 원내대변인·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강민국 원내대변인·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의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국민의힘이 '감사원' 전수조사 카드를 제시하는 등 맞불을 놨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찰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의힘의 '조사 의뢰' 의도에 시비가 불거졌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시간끌기용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감사원에 부동산 관련 전수조사 의뢰

    국민의힘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강민국·전주혜 원내대변인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당 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대상은 국민의힘 의원 102명 전원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며, 조사범위는 부동산 취득 경위, 비밀누설, 미공개정보 활용 등 직권남용 관련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감사원 조사 의뢰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에 전수조사를 맡김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민주당이 권익위에 의뢰해 발표한 전수조사는 사실상 "'셀프조사'이자 '면피용 조사'였다"고 평가절하했다. 조사 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후속 조치도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이번 조사 결과에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던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은 빠져 있는 등 권익위 조사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여당을 향해 '감사원 전수조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감사원법 "국회의원, 감사원 감찰 대상서 제외"

    그러나 문제는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감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법 제24조에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직무 감찰에서 제외한다'고 돼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지난 3월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감사원은 삼권분립의 원치 때문에 국회의원을 감사할 수가 없다. 원리상 맞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이 사실상 부동산 투기의혹 검증에 응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역공을 펼치는 상황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립 원칙상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입법·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국민의힘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감사원에) 직무 권한이 뻔히 없음에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이야기는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직무 감찰 아닌 '조사 의뢰' 한 것" 재반박

    이같은 문제 제기에 국민의힘 측은 '직무 감찰'이 아닌 '조사 의뢰'를 한 것이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날 감사원 방문 이후 취재진과 만나 "부연해서 말씀드리자면 '조사 의뢰'를 하는 것이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직무 감찰'이 아니다. 감사원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라며 "위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 자체에 대한 건 가능하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 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도 "저희가 자발적으로 감사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법적 시비와 관계없이 감사원이 전문성을 발휘해서 저희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달라, 이렇게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끌기'라는 의혹에는 "감사원 판단이 일년이 걸려서 판단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끌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저희들은 가장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기관에 의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 "국회의원은 직무 감찰 대상서 제외"

    하지만 본지가 국민의힘의 감사원 조사의뢰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종합적으로 감사원에 질의한 결과, 감사원은 '국회의원에 대해 감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름을 '조사 의뢰'든 어떤 형식으로 부르든 감사원에서 하는 것은 '감사'인 것이고, 감사원의 직무 범위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두 가지로 두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는 굳이 따지자면 내용상 '직무감찰'로 봐야 할 텐데 감사원법 제2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직무 감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이해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권익위든 어떤 기관이든 부동산 관련 전수조사를 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을 가까이 앞두고 혹여 여권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다면, 국민의힘은 자칫 정부·여당의 부동산 비리 의혹을 뒤집어 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