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흑인의원 “160년 전에 폐지된 제도…누구에게 배상할 것인지 두고 논란 일 것”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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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관계자들이 최근 언론 인터뷰와 정례브리핑에서 “과거 흑인노예제도 피해자들에게 입법 없이 배상해줄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160년 전에 폐지된 제도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BLM(흑인 생명이 중요하다) 시위 참석자가 "백인의 침묵은 폭력"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BLM에 동참하지 않는 백인은 폭력적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뜻이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861년 폐지된 ‘흑인노예제’ 피해자 보상 추진…“등록금 무료 같은 게 옳은 방향”
미국 좌익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3월 1일(이하 현지시간) 세드릭 리치먼드 백악관 선임고문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흑인인 리치먼드 선임고문은 “유색인종,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성공을 가로 막는 구조적 인종차별과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직접 노예제도 관련 배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리치먼드 선임고문은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이 2019년 발의했던 법안을 언급했다. 이 법안은 1619년부터 1865년까지 시행된 흑인노예제도 피해 조사와 배상에 관해 연구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하도록 규정했다. 리치먼드 선임고문은 “그러나 입법 과정을 통해 조사위원회를 세우고, 배상까지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배상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흑인의 대학) 등록금 무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정례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월 17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인종차별에 대해 포괄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약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흑인노예제 피해)에 대한 연구가 당장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흑인노예제 배상’, 미국판 동학운동 배상 되나
정부가 흑인노예제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1980년대부터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법안도 발의됐지만 상·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친 적은 없었다. 배상의 범위와 보상 정도 판정이 어려워서다.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흑인노예제 배상’ 방침은 미국 사회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흑인노예제 피해자에게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1988년 레이건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 됐던 일본계 미국인과 가족들에게 1인당 2만 달러를 배상한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흑인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흑인 정치지도자로 유명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짐 클라이번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160년이나 지났고, 노예였던 사람들의 광범위한 가계도를 생각해 보라. 누구에게 배상금을 줘야할지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노예제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클라이번 의원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보다는 바이든 정부 고위직에 흑인여성이 부족한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바이든 정부의 흑인노예제 배상이 낯설지 않아 보인다. 2019년 12월 전북 정읍시는 동학농민운동에 참가한 사람의 후손 93명에게 2020년부터 월 10만 원씩 ‘유족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동학농민운동 참가자의 손자녀와 증손자녀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120년도 더 된 사건에 대해 배상을 하느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흑인노예제 피해배상을 놓고 미국에서 나오는 비난도 이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