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미국이 시작한 경제전쟁서 승리할 조짐”…한국·미국 “동결 합의 아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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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는 지난 23일 “이란의 동결자금 해제를 위해서는 미국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 70억 달러(약 7조7700억원) 가운데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을 먼저 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미국이 시작한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 ▲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정현 이란주재 한국대사와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면담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 정부 “한국이 10억 달러 주기로 했다”…이란 대통령 “미국에 대한 승리”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이 23일(이하 현지시간)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유정현 이란주재 한국대사를 만나 동결된 자금 가운데 일부를 푸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APF통신>에 따르면, 라비에이 대변인은 “한국 측이 동결된 이란 자금 가운데 첫 단계로 1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을 주기로 했다며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할 조짐”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경제협력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헴마티 총재로부터 해외에 동결된 자금 해제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일본·이라크·오만 정부와 동결자산 활용 방안에 합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적(미국)이 시작한 전면적인 경제 전쟁에서 이란 국민들이 최대한 저항한 것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이란 자금에 대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동결의 해제”라면서 “대이란 제재가 무용지물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적이 시작한 경제 전쟁이 실패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금 동결이 해제되면 이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이란자금 동결해제에는 미국과 합의 필요"…지켜보는 미국
이란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외교부는 “한국-이란 간의 의견 접근이 있은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자금동결을 해제하려면 미국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내에 동결된 (이란 소유의) 원화자금 활용 방안에 대해 이란과 협의해 왔다”며 “현지시간 22일 유정현 대사와 헴마티 총재의 면담에서 우리가 제시한 방안에 이란 측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실제 자금의 동결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더 필요한 만큼 이와 관련한 소통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AFP통신>과 <타스님 통신>의 보도가 나온 뒤에도 외교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미국 측은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23일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는 “한국 측이 이란 자금 동결 해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그것과 관련해 정확히 전할 이야기가 없다”며 “이는 (이란 자금과 관련해) 어떤 자금 이체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정부가) 동맹과 협력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들었을 것”이라며 “특히 핵심 동맹이자 대외제재 이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과 우리가 이런 사안(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을 폭넓게 논의한다는 건 놀랍거나 충격적인 일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도 프라이스 대변인의 설명이 맞다고 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란과 논의한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이체할 것인지와 같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것일뿐 핵심적인 문제, 즉 미국 측과 자금동결을 해제하는 데 대한 합의는 아직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