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석유수출대금 65억~90억 달러 추정…“미국의 제재는 불법” 주장하며 자금 반환 요구
  • 이란이 한국을 미국의 종(從)과 같다며 미국의 제재를 따르지 말고 동결한 원유수출대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법정에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의 주장을 전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은 주종 관계”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불법적인 대이란 제재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대통령은 최근 외무부에 ‘한국이 동결한 원유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란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국제 법정에 소송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한국은 이란의 원유수출대금을 법적 근거 없이 동결했다”며 “한국은 이란과 진실하게 거래를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동결한 돈을 우리가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무사비 대변인은 주장했다.

    무사비 대변인이 “돌려 달라”는 원유수출대금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 계좌에 있다. 동결 시점은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국제테러지원조직(SDGT)과 같은 수준으로 제재를 한 지난해 9월부터다. 2010년부터 그 전까지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미국의 승인을 받아 이란 석유대금을 원화로 결제해 왔다.

    한국-이란 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에 동결된 자금 65억~90억 달러"

    호세인 탄허이 한국-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4일 조선일보에 밝힌 데 따르면,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은 65억~90억 달러(한화 7조8200억~10조8300억원)다. 이란은 이 가운데 50억 달러(6조원)을 당장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내세워 “한국이 불법적으로 이란의 원유수출대금을 동결하고 있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한국이 동결한 원유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계 은행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를 풀기 위해 이란은 어린이를 앞세운 여론전도 펴고 있다. 지난 13일 주한 이란대사관은 공식 블로그에 “미국의 불법적인 제재로 은행 거래에 제한이 생겨 의약품과 식료품 수입이 어려워졌다”며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연약한 어린이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무언의 학살행위”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는 20세기 말 이라크가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의약품과 식료품 수입이 어려워져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여론전을 편 것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