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직무정지 부당" 법원 판단에 사면초가… 文, 정치적 부담 커져
  •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끝내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끝내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윤 총장 징계가 부적절하다고 밝히자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오는 4일 해임징계안을 요청하면 대통령이 재가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이 이미 드러난 '절차상 하자'를 뒤엎는 최종 책임자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靑, 윤석열 징계위 앞두고 긴장감 

    청와대는 2일 윤 총장 직무 복귀에 따른 반응을 자제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징계위를 지켜봐야 한다'는 중립적 자세를 취했지만,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내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생기는 '정치적 부담'은 추 장관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1일 청와대에서 추 장관과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기영 법무부차관 사의에 따른 후임 인선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인지하고 윤 총장 해임 후폭풍을 고려한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은 문 대통령 면담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와도 10여 분간 독대했다.

    추 장관이 문 대통령과 정 총리를 잇달아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윤 동반사퇴론'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동반사퇴론을 꺼냈고, 문 대통령은 "저도 고민이 많다"며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첨예한 갈등현안을 '정치적 합의'로 풀어왔던 정 총리의 의회주의적 특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尹 자진사퇴' 압박 계획 수포로

    정 총리가 나선 것은 정해진 법무부 징계위 수순을 밟는 대신 추 장관의 사퇴를 고리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결과적인 '동반사퇴'를 모색하는 출구전략 차원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에게는 불명예로 퇴진하는 대신 모양새 좋게 스스로 물러나게 하고,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더는 효과가 있다.

    윤 총장의 자진사퇴 조건은 추 장관의 징계 청구 철회다. 국가공무원법 78조의 4는 징계위에 중징계가 요청된 공무원의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윤 총장은 스스로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동반사퇴론은 추 장관의 징계 철회 카드를 '양보'로 여기고, 윤 총장에게 기회를 준다는 식의 상황인식에서 나온 판단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동반사퇴론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가 손을 들어주면서 징계 청구에 정면으로 맞서도 불리할 것이 없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업무복귀 출근길에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전국 검찰 공무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서는 "여러분의 정의로운 열정에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공직자 역할 강조한 文에 '되치기'

    '공직자'의 기본 소임을 강조한 윤 총장의 발언은, 앞서 문 대통령이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든 공직자는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에 따른 우회적 반박으로 풀이된다.

    "버팀목이 되겠다"는 발언 또한 검찰총장 징계 청구에 집단반발한 검찰구성원들을 위해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야권에서는 윤 총장 해임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내쫓았으나 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제왕적 대통령도 법원의 결정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장관 뒤에 숨어서 총장을 제거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통령은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선택은 둘 중 하나뿐, 결자해지해야"

    유 의원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한다. 장관이냐, 총장이냐? 선택은 둘 중 하나뿐"이라며 "둘 다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사람들 아닌가. 이 혼란을 끝내기 위해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가 예고한 대로 후임 법무부차관을 문재인 대통령이 급하게 임명한다면 윤석열 찍어내기의 몸통이 대통령 자신임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그 순간 모든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라고 경고했다.
     
    원 지사는 "국민이 대통령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물어 추미애 장관을 해임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라. 그것만이 정권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길"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