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임기 동안 소임 다하라고 하셨다"… 윤석열에 한 방 먹은 靑, 종일 '침묵'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청와대는 23일 공식 견해를 내지 않고 하루 종일 침묵했다. 청와대는 앞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견해를 묻자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답했다. 

윤 총장은 또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다"며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윤 총장의 발언과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낼 계획이 현재로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브리핑도 열지 않았다. 윤 총장의 답변에 따른 견해를 내놓거나 해당 발언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또 다른 논란을 만들 수 있는 만큼, 대응 자체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각종 사안에 따른 윤 총장의 답변에 불쾌해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속내는 복잡하지만, 입은 있어도 말은 못하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인 상태다. 앞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불가피하다"고 옹호했던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윤 총장이 '위법'이라는 표현을 쓰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과거에 저 자신도 경험해본 적이 있고, 검찰 안팎에 다 아는 얘기"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해달라"고 자신에게 당부했던 것을 그대로 이행한 결과에 무력감을 내보인 셈이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자행된 검찰 인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1월 이후 노골적인 인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에둘러 답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한 인사권 행사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통상 업무를 봤다. 문 대통령은 평일이면 오전에 비서실·정책실·안보실로부터 일일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참모들과 비공개 회의를 한다. 전날 국정감사 최대 이슈가 윤 총장을 작심발언이었던 만큼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와 관련한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연일 충돌하는 현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