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정부 보도자료에 업계 반발…"성실하게 살아온 지난날 원통"
  •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문재인 정부가 '중개사 없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시스템' 도입을 시사하자, 이에 반발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21일 동의 수 2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1일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상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0만3161명의 동의를 얻고 만료를 눈앞에 뒀다. 청와대는 향후 한 달 내에 관련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신을 한 여성 공인중개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글에서 "민주적이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통령님이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던 나와 동료 공인중개사들의 밥그릇을 박살내버리겠다는 취지의 포장된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어 "대통령의 시선과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멸종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게 성실하게 살아온 지난날이 원통하다"며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직업 자체를 없애는 칼질을 할 때는 모든 직종에 공정한 잣대를 적용해야지 어느 특정 직종만 골라서 내내 동네북처럼 두들겨패다가 희생양처럼 매장시켜버리면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기재부 예산안에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문구

    문 대통령이 제시한 뉴딜 정책 중 청원인이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일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자료에 담긴 문구다. 

    기재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9개 분야 블록체인 활용 실증'이라는 내역에 133억원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히면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라는 문구를 달았다.

  • ▲ 2021년도 정부 예산안 홍보자료. ⓒ기재부
    ▲ 2021년도 정부 예산안 홍보자료. ⓒ기재부

    이는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가 '디지털 뉴딜' 관련 보도자료를 내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부동산 거래'를 언급하면서 시작된 부분이다. 

    정부는 계약 체결, 등기 등 부동산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공문서 위조 같은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디지털 뉴딜 정책에 반영했고, 이 사업이 기재부 예산안 보도자료에 반영되면서 '중개인이 없는 거래'라는 문구가 붙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월14일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온라인 강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비대면 디지털 분야 신산업을 우리가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한국판 뉴딜을 과감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 전가 김현미 손해배상해야"

    청원인은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먼저 다음과 같은 일을 실행하실 것을 촉구한다"며 5가지를 제안했다. ▲시스템 마련으로 야기될 100만 공인중개사 실업문제 해결 ▲공인중개사시험 당장 폐지 ▲무등록 중개업자와 불법 컨설팅업자를 척결하지 못한 지자체장과 공무원 파면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전가시킨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손해배상 ▲모든 자격사단체·정치인·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실시 등이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여권과 대통령이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중개사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문제 있는 직업군이 어디 중개사들뿐입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울물을 흐리듯이,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는 항상 문제 있는 소수가 섞여 있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회가 이렇게 혼탁한데 어디 중개사만 없애서 청정해지겠습니까?"라고 반문한 청원인은 "국가 정책 뒷수습하느라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공인중개사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시장 혼란의 책임을 전가시켜 없앤다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대통령님의 뜻입니까?"라고 호소했다.

    김현미 "검토 중 아냐… 데이터 연계 공유"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중개사 없는 주택 거래 시스템'이 최근 부동산 중개업계의 큰 반발을 사며 논란이 되자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공인중개사의 반발 청원글이 올라온 지 25일 만에 견해를 밝힌 것이다.

    김 장관은 "현재 검토 중인 것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종이 서류로 된 토지대장 등을 쓰지 않고 데이터를 연계해 공유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인중개사 수수료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