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기 시작 48일 만에 개원연설… "남북 국회회담 성사 기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도
  •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여야의)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국회를 향해 '공수처장 임명과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을 위한 입법 지원'을 촉구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공수처 출범이 위헌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렵다는 방침이 확고하고,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서는 "국민 혈세를 푸는 5년치 생색계획"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文, 21대 국회 개원연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통해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하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와) 다양한 기회를 통해 소통하고자 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국민들 앞에서 협치를 다짐했지만 실천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난 3년여 집권 기간을 돌아봤다.

    이어 "20대 국회의 성과와 노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 정치의식은 계속 높아지는데 현실정치가 뒤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와 격변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며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장 청문회 기한 안에 열어야" 국회 압박

    문 대통령은 또 공수처와 관련해 "국회가 법률로 정한 공수처 출범일이 이미 지났다.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주어야 할 일들이 아직 안 되고 있다"면서 "이번 회기 중에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리며, 21대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서는 "국고를 2022년까지 49조원, 2025년까지 114조원을 직접 투입하겠다. 지자체와 민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각각 68조원, 16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이야말로 당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라며 "역대 남북 정상회담 성과들의 '제도화'와 사상 최초의 '남북국회회담'도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4·27판문점선언 등의 국회 비준을 재차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대통령이 다시 협치를 주장했지만, 그동안 여야가 협치에 실패한 원인은 △여당의 국회 의장단, 18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야당 몫 법사위원장 강탈 △야당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 △추경 단독 심사 및 처리 등 헌정사상 유례 없는 '의회독재'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또 공수처장후보 추천과 관련 인사청문회를 당부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정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장이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의 공범을 변호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퇴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개원연설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대통령께서 하고 싶으신 말, 손에 잡히지 않는 장밋빛 전망이나 의미 없는 미사여구들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레토릭으로 포장된 말의 성찬이 아니라 국민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은 말, 국민들이 대통령께 바라는 말씀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분명하고 시원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48일 만으로,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었다. 종전까지는 18대 국회 임기 시작 43일 만인 2008년 7월1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개원연설이 기록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지난달 5일 연설을 염두에 두고 연설문을 준비했지만, 여야 대치로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서 연설문 수정작업을 9차례 거쳤다.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지난해 10월 22일 시정연설 이후 약 9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