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탈퇴해도 5년간 은행거래·신용카드·휴대폰·보험 안돼… 대부분 고령에 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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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야쿠자는 노령화와 신입 조직원을 확보하지 못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노인이 된 전직 야쿠자들의 취업을 돕는 지자체도 점차 는다고 한다.
- ▲ 효고현 고베시 야마구치구미 총본부로 들어서는 두목 시노다 겐이치. ⓒANN 관련보도 화면캡쳐.
일본 야쿠자, 고령화로 쇠퇴… 가장 큰 원인은 폭력단 배제 조례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야쿠자 조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만4400명으로 2006년 4만1500명과 비교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2006년만 해도 야쿠자 조직원의 30.6%가 30대, 12.6%가 20대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각각 14%, 4.3%로 크게 줄었다. 대신 50대 이상이 51.2%를 차지하고, 70대 이상인 조직원도 10.7%나 됐다.
야쿠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야마구치구미가 있는 효고현의 한 경찰 간부는 신문에 “2011년 모든 지자체가 폭력단 배제 조례를 제정한 뒤로는 야쿠자 조직원이 되려는 젊은이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조례 제정 이후 야쿠자 조직원으로 지목되면 은행 계좌 개설, 신용카드 발급, 휴대전화 개통도 안 되고 보험도 가입할 수 없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심지어 조직을 탈퇴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야쿠자에 투신하는 경우가 대폭 줄었고, 정상적인 일을 찾기 어려운 고령층만 조직에 남게 됐다고 이 경찰 간부는 설명했다.“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야마구치구미의 최고령 두목(조장)은 83세, 고베 야마구치의 두목은 79세였다”고 이 경찰 간부는 귀띔했다.
탈퇴한 야쿠자, 생활보호대상자 신청도 안 받아줘 -
신문은 젊은 시절 야쿠자 생활을 하다 은퇴한 노인들은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는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조직이 해산하면서 은퇴한 오사카 거주 70대 전직 야쿠자 조직원은 현재 월세 3만엔(약 33만6000원)짜리 원룸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월세조차 제대로 못 낸다.
- ▲ 2018년 1월 태국에서 붙잡힌 야쿠자 조직원. 당시 74세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대 때부터 50년 넘게 야쿠자 생활을 하며 한때는 자신의 조직도 가졌던 그는 현재 일자리도, 저축도 없다. 그는 지자체에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두 번이나 했지만 거절당했다. “야쿠자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신문은 “조직에서 탈퇴해도 5년 동안은 야쿠자 취급을 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계좌 개설도 그 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올 들어 세 번째로 생활보호대상자를 신청했다. 다행히 야쿠자가 아니라고 인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50년 넘게 야쿠자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월세 내는 것조차 어렵다”며 그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자체들, 탈퇴 야쿠자 갱생 위해 자금지원
야쿠자가 줄면서 그만큼 은퇴한 조직원도 많아졌다. 지자체들은 갱생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전직 야쿠자 조직원을 채용하는 회사에 보조금을 준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마구치구미뿐 아니라 다른 야쿠자 조직도 많은 효고현은 조직을 떠난 사람을 받아주는 기업에 연간 72만엔(약 806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전직 야쿠자들이 건설업이나 운송업 등에 취업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약 40개 기업이 이들을 고용했다고 한다. 효고현은 2020년부터 야쿠자 한 사람을 채용할 때마다 최대 104만엔(약 1164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방식이 효과를 거두자 따라 하는 지자체들이 점차 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렇게 야쿠자가 사라진 자리는 ‘한구레(半グレ)’라는 신흥 폭력조직이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세기 말 성인이 되기 시작한 폭주족이 뿌리인 ‘한구레’는 소규모 조직을 이뤄 강도·절도·보험사기·보이스피싱 등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중국계 일본인 ‘한구레’도 존재한다. 이들은 최근 우한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직후 마스크 사재기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야쿠자를 쇠퇴로 이르게 한 조례의 다음 타깃은 ‘한구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