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검찰 “수십만 달러 개인 유용한 혐의로 배넌 체포”…WSJ “FBI, 궈원구이 업체 조사 중”
  • ▲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불법모금 및 개인유용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배넌 구속의 불똥이 망명한 중국 재벌 궈원구이에게 튈까 지켜보고 있다.

    검찰 “배넌 등 일당, 국경 장벽 건설한다며 모금해 개인적으로 유용”

    미국 뉴욕 남부검찰청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이언 콜게이지, 스티브 배넌, 앤드루 베톨라토 등 4명을 불법모금 및 개인유용 혐의로 체포,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장벽을 세운다(We Build the Wall)’는 캠페인을 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이후 클라우드 펀딩으로 26만명으로부터 2500만 달러(한화 296억6000만원)를 모금했다. 배넌 등은 모금한 돈 수십만 달러를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가 장벽을 세운다’는 캠페인은 브라이언 콜게이지가 시작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라크 참전용사인 콜케이지는 2004년 9월 근무하던 공군기지로 떨어진 로켓탄에 맞아 두 다리와 오른쪽 팔을 잃었다. 그는 2018년 12월 “미국 남부 국경에 우리 힘으로 장벽을 설치하자”고 제안, ‘우리가 장벽을 세운다’는 단체를 만들고,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 ‘고펀드미’에서 10억 달러(한화 1조1900억원)를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2019년 5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에는 모금한 돈으로 텍사스주 엘파소 남쪽 국경에 철제 장벽 수백 미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브라이언 콜게이지는 모금액 가운데 35만 달러(4억1500만원)를 유용해 사치 생활을 즐겼다. 그를 도왔던 스티브 배넌 또한 모금액 중 수십만 달러 상당을 개인적인 경비 지출에 사용했다고 검찰을 밝혔다. USA투데이는 이날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배넌은 오늘 오전 7시 40분쯤 코네티컷의 한 해변에 정박돼 있던 50미터 짜리 호화요트에서 검거됐다”고 전했다. 이 요트는 미국에 망명한 중국 재벌 저원구이 소유로 알려졌다.

    “나는 배넌과 무관” 선 그은 트럼프…이제 시선은 궈원구이에게로
  • ▲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치부가 담긴 자료를 들고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궈원구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치부가 담긴 자료를 들고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궈원구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배넌이 불법모금 및 개인유용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나는 오랫동안 배넌과 상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배넌의 사업(장벽 건설을 위한 모금)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도 케일리 매커너니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배넌의 장벽 사업과 무관하다”며 “대통령은 언제나 국경 장벽 건설은 정부 프로젝트여야 한다고 여겼다”고 강조했다.

    배넌이 구속된 이후 그의 지지자들은 궈원구이(마일스 쿽)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국 공산당의 치부를 들고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궈원구이는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에서 나온 뒤인 2017년 9월부터 중국 공산당의 치부를 폭로하는 유튜브 방송을 함께 해 왔다. 궈원구이는 2018년 초 배넌에게 미디어 컨설팅 비용으로 100만 달러(11억8000만원)를 건네기도 했다. 배넌은 같은 해 8월 개인 유튜브 방송 ‘워룸’을 시작했다.

    배넌 사건이 궈원구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방수사국(FBI)이 저원구의 ‘궈 미디어’를 조사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7월 보도는 눈길을 끈다.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FBI가 지난 몇 달 동안 저원구이의 지인들에게 그의 활동에 대해 물었고, 궈 미디어 자금 상황도 조사하고 있다”며 “특히 이 회사는 2018년 배넌에게 컨설팅 비용으로 거액을 지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FBI는 2017년 궈원구이를 정보원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때 FBI는 궈원구이를 중국으로 강제로 데려가려고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 첩보요원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