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에 정보 준 사회부장은 부국장 승진…'녹취록' 유출자는 진상파악도 않고 징계
  • ▲ 지난 18일 KBS '뉴스9'가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 지난 18일 KBS '뉴스9'가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제3자로부터 전해 들은 말만 믿고 당사자(한동훈-이동재) 간 '대화 녹취'를 확인한 것처럼 보도해 물의를 빚은 KBS가 진상 파악도 하기 전에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3의 인물과 KBS 취재진의 대화 녹취록 전문을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과 관련,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며 내부 감사까지 계획 중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선 서울중앙지검 간부, 혹은 여권 인사로 추정되는 '오보 취재원'을 감싸기 위해 경영진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KBS가 내부 감사를 벌여 '공익제보자'를 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불과 두 달 전 '뉴스타파'에 취재 정보를 흘린 사회부장을 부국장급으로 승진시킨 KBS가 자사 직원의 내부 고발 행위를 '취업규칙 위반'이라고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익제보자'를 색출해 벌하겠다는 KBS 경영진"


    본지 취재 결과 지난 27일 오후 KBS 보도정보 게시판에 "최근 법조 보도와 관련한 취재 내용이 일부 언론에 그대로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취재 내용을 무단 유출한 행위는 KBS 취업규칙(제6조 '업무상 비밀엄수)'에 저촉되므로 감사실 감사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공지가 올라온 것으로 밝혀졌다.

    KBS 보도정보 게시판(보도창)은 KBS 전체직원 내부통신망(KOBIS) 게시판과는 달리, 당일 데스크 회의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보도본부 기자들에게 공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KBS 공영노동조합(공영노조) 관계자는 "공영노조의 누구도 그런 자료를 외부에 전달한 사실이 없으나, 권력에 KBS 뉴스를 팔아먹는 간부들의 눈꼴사나운 행태를 용납하기 어려워한 누군가가 외부에 제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이런 분을 '동료가 만든 정보를 팔아먹는 자'라고 정의할 지 모르지만, 우리는 '공익제보자' 혹은 '내부고발자'라고 부른다"며 "범죄 행위를 고발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KBS의 모습을 보면, 이제 이 회사 전체가 범죄 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개탄했다.

    "'보도 관련자'가 아닌, '보도 책임자'가 인사위 회부돼야"


    KBS가 지난 28일 "오보를 낸 책임을 묻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의 소리가 높다.

    KBS 노동조합 관계자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과정도 없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사건 실체가 확인되기도 전에, 이렇게 5명의 기자를 인사위에 회부해도 되는 것이냐"며 "더구나 인사위에 회부했다는 내용을 외부 기자들에게 알린 까닭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기사를 보면 기본 중의 기본인 반론조차 없는 데 사측은 '보도 과정상의 실수가 전부'라는 해명만 되풀이 한 뒤 공방위가 열리기도 전에 서둘러 기자들을 인사위에 넘겼다"며 "경영진은 당장 기자들의 인사위 회부를 철회하고, 보도 경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쾌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검언유착 오보 사건의 책임은 '보도 관련자'보다는 '보도 책임자'가 져야할 것"이라며 "인사위에 회부해도 '보도 책임자'가 그 대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 공방위 열리기 전 인사위 회부… 짜고 치는 고스톱"


    공영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KBS 이사회와 노사 공방위를 목전에 두고,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큰소리 친 건,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추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음에도 먼저 인사위 회부를 강행한 것은 '듣기 싫다. KBS 기자 5명 혼내줄테니 입 닫고 좀 조용히 해라' 뭐 이런 건가?"라고 되물었다.

    허성권 KBS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노사 공방위에는 이번에 인사위에 회부된 5명은 출석하지 않고, 보도본부장이나 사회재난주간 등 징계받아야 할 보도책임자만 나올 예정"이라며 "우리가 들어보고 싶은 건 취재 일선에 있던 그들의 목소리인데, 기자들을 다 빼돌리고 뭘 하겠다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