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오보에 '검찰·정치권 개입설' 증폭… KBS노조 "진상조사 통해 국민적 의혹 해소해야"
  • ▲ 지난 18일 KBS '뉴스9'가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 지난 18일 KBS '뉴스9'가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오보(誤報)로 드러난 KBS의 '검언유착' 보도에 검찰 유력 인사로 추정되는 제3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KBS 내부에서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100여명의 KBS 직원들이 양승동 사장 등 KBS 경영진을 상대로 진상규명과 합당한 후속조치를 위한 노사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엔 KBS노동조합(KBS노조)이 사내 복수노조에 공동 진상조사위원회(권언유착 보도참사 공동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실적으로 결이 비슷한 KBS노조와 KBS공영노동조합(공영노조)이 조사위 구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극적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안과 관련, 지난 20일 "철저한 복기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사태 파악에 나서겠다"는 성명을 내놓은 이후 아직까지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BS, '내부적 오류' 앵무새 해명으로 의혹만 증폭"


    27일 KBS노조는 '검언유착 보도참사 공동 진상조사위를 제안한다'는 제하의 성명에서 "지난 7월 18일 보도된 KBS 뉴스9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 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기사가 오보로 드러난 이후 제3자 개입설까지 제기되면서 시청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제3의 인물이 KBS기자와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는가 하면 제3의 인물이 중앙지검 핵심관계자가 아니냐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타 언론사에서 나온 'KBS기자-제3의 인물 녹취록'에 대해서 사측은 아무런 대답이 없고, 보도정보에 나왔던 그 녹취록을 외부로 유출한 사람을 색출하고 있다는 이상한 소문만 나오고 있다"며 "사측은 양승동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보도참사 책임자의 직무정지 등을 촉구한 KBS인 연대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줄기차게 '내부적 오류'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다 할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노조는 "이런 보도를 나오게 한 것만으로도 사측과 보도본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각종 편향방송과 대형 방송사고로 이미 KBS에 큰 타격을 가한 경영진은 이번 일로 우리의 일터 KBS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분노한 시민들과 KBS 구성원은 지금이라도 진실이 낱낱이 밝혀 지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KBS노조는 "정치권이나 청와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이번 보도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운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유의 '검언유착 의혹', 심각한 국민적 저항 불러올 것"


    공영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KBS노조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제안에 적극 찬성한다"며 "KBS판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한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공영노조는 "이번 사건은 더 이상 강조할 것도 없이 KBS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KBS판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라는 지적이 만일 사실로 밝혀진다면 수신료 징수 거부 운동은 물론 양승동 사장의 퇴진마저 거론될 수 있는 전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에 진상조사위원회에 동참해주길 강력히 요청한다며 "그동안 KBS의 보도공정성과 방송독립을 위해서 지난한 투쟁을 해오지 않았던가? 이번 사건이야말로 그러한 역사를 만들어왔던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BS보도본부는 지난 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눈 '부산 대화 녹취록'이 이 전 기자의 구속에 결정적 스모킹 건이 됐다"고 보도했으나, 다음날 두 사람이 녹취록 원본을 공개하며 사실 관계를 부인하자 오보를 인정했다.

    그러나 KBS보도본부는 "정확하지 못한 뉴스를 보도해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면서도 "노조에서 제기한 '청부보도'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관련 보도는 취재팀의 자율적인 취재와 발제, 그리고 휴일의 통상적인 편성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