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 내에 1만7000명 사는 인구밀집지인데…“총선 고려한 정치적 판단” 의혹
  • ▲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중국 우한 폐렴 관련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중국 우한 폐렴 관련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돌아올 교민과 유학생들의 격리수용지를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정했다. 당초 충남 천안이 후보지에 올랐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하루 만에 바뀐 것이다. 이에 천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이고, 아산‧진천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지역구여서 4·15총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30~31일 전세기 편으로 귀국하는 중국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수용하기로 29일 확정했다. 하루 전날인 28일만 해도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을 격리수용지로 정할 방침이었으나, 주민 반발에 부닥쳐 계획을 튼 것이다. 

    민주당 의원 지역구 피해 한국당 의원 지역구 ‘콕’ 집어 지정

    석연찮은 점은 정부가 격리수용지로 콕 집어 지정한 아산과 진천이 한국당 의원들의 지역구라는 것이다. 아산은 한국당 이명수 의원, 진천은 한국당 경대수 의원의 지역구다. 정부가 주민 반발에 백기투항한 천안은 3개 지역구 모두 민주당 의원(천안갑 이규희, 천안을 박완주, 천안병 윤일규)의 지역구다. 

    당장 한국당 의원들은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나섰다. 아산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29일 성명을 내고 “천안 소재 기관을 격리시설로 이용한다는 언론 보도로 천안시가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가 갑자기 아산을 격리시설로 선정했다”며 “아산 출신 의원으로서 결단코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특히 복수 매체를 통해 “정부가 여당 지역구는 못 건드리고 만만한 야당 지역구로 격리시설을 옮겼다” “정부가 지역을 바꾼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정치적 결정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인구밀집지역… 2km 내에는 교육시설만 37개 

    더욱이 아산‧진천이 천안보다 격리수용지로 적합하다는 타당한 근거마저 불충분해 비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직선거리 2km 이내에 어린이집 28곳, 유치원 3곳,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위치한다.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반경 1km 내에는 6285가구 1만7237명이 거주한다. 

    진천이 지역구인 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구가 밀집한 충북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공공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자칫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혁신도시 인근은 농촌지역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질병정보에 취약하고 소독 등 감염 방지대책도 미흡하다. 주민들이 고령이라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우한폐렴에 걸릴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與 의원마저 “아산‧진천, 격리수용지로 적합하지 않다”

    심지어 오제세 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서원)도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한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을 향해 “(복지부가) 주변 상황을 고려하거나 지방자치단체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격리수용지를) 정했다”며 “아산·진천 격리수용시설 인근에는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많고, 병원시설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 차관은 “(우한 교민 등의) 입국 이후 임시생활시설에서의 완벽한 보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며 “지역사회에 상당한 불만과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