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 저서 읽고 “공감되고 용기주는 답변이었다
  • ▲ 대진연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모씨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서 이씨는
    ▲ 대진연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모씨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서 이씨는 "함께 계시는 분들이 이 시대 안중근이라며 잘 챙겨준다"고 했다. ⓒ대진연 페이스북 캡쳐
    “미 대사관 저의 담을 넘고 구속돼 지금 구치소에 있는 이OO 동지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한 자, 한 자 참 눈물이 나네요”

    친북 성향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지난달 18일 주한 미대사관저에 기습 침입해 반미(反美) 시위를 벌인 혐의로 구속된 대진연 간부 이모(33)씨가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진연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이씨는 “금요일 밤에 서울구치소에 도착해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함께 계시는 분들이 이 시대 안중근이라며 단식했다고 하니 유독 더 잘 챙겨주세요”라고 했다.

    이씨는 편지에서 “구치소에 와서 단식을 중단하고 죽을 먹는 중”이라며 다른 3명의 동지들도 구치소에서 단식을 중단하기로 하고 몸 관리를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 대사관저 난입 후 경찰에 연행된 뒤 ‘묵비권’을 행사하며 단식에 나선 바 있다.

    “이 곳에서 단련하고 혁신하겠다”… 영장실질심사 당시 심경은 “하고 싶은 말 떳떳하게 했다”

    이씨는 또 “보내주신 책도 열심히 읽었다.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다시 읽으니 새롭더라”고 적었다. 그는 “(책에서) 36년 수감생활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여쭤보자 (저자는) ‘이상과 동지’라고 답했다”며 “공감되고 용기를 주는 답변이었다. 승리하는 길 위에 동지들과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곳에서 단련하고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2007년 발간된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는 비전향 장기수로 36년간 복역한 고(故) 허영철씨의 구술과 인터뷰, 옥중에서 주고 받은 편지글, 재소자 사상 동향 기록 등을 묶어 정리한 수기이다. 허씨는 남파간첩으로 1955년 경찰에 체포된 뒤 국가보안법 위반 및 간첩 미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1991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영장실질심사 당시 심경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겁이 났다”면서도 “죄가 없으니 당당하라는 격려에 하고 싶은 말을 떳떳하게 하고 나왔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씨는 “여의도 면적 5배에 달하는 평택시를 초호화 미군기지로 빼앗은 것도 모자라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하니 변호사가 칭찬해 주더라고도 했다.

    대진연 회원 17명은 지난달 18일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미대사관저 담벼락을 넘어 기습 침입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1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대진연 회원 7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고 이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경찰은 대진연 관계자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진연 배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7명은 지난달 18일 오후 사다리를 이용해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기습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7명은 지난달 18일 오후 사다리를 이용해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기습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다음은 대진연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이씨의 편지 전문이다.

    너무나 보고 싶은 동지들!
    유치장에서 편지를 썼는데 어쩌다 보니 보내지 못하고 다시 펜을 듭니다.
    오늘은 10월 28일 월요일입니다. 금요일 밤에 서울구치소에 도착해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함께 계시는 분들이 이 시대 안중근이라며. 단식했다고 하니 유독 더 잘 챙겨주세요.
    구치소에 와서 단식을 중단하고 죽을 먹는 중입니다. 다른 3명의 동지들도 구치소에서 단식을 중단하기로 하고 몸 관리를 잘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유치장으로 보내주신 엽서 편지와 오늘 저녁에 도착한 인터넷 서신도 잘 봤습니다. 보내주신 엽서는 유치장에서 10번도 넘게 읽어본거 같네요. 인터넷 서신도 읽고 또 읽어 힘내겠습니다.
    보내주신 책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다시 읽으니 새롭더라구요. 36년 수감생활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여쭤보자 ‘이상과 동지’라고 답하셨습니다. 공감되고 용기를 주는 답변이었습니다.
    승리하는 길 위에 동지들과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곳에서 단련하고 혁신하겠습니다.

    사실 유치장에서 영장실질검사가 있기 전날, 걱정이 많았습니다.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건 아닌지, 저도 모르게 겁이 났었나 봐요. 그런데 다행히 실질검사 전에 변호사님을 만난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죄가 없으니 당당하라는 격려에 하고 싶은 말을 떳떳하게 하고 나왔습니다. “여의도 면적 5배에 달하는 평택시를 초호화 미군기지로 빼앗은 것도 모자라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님께서 모두 잘 얘기했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구요.
    유진, 은혜, 재영, 수형, 현석, 국겸 동지가 더 멋있게 한마디 했을 거에요. 남은 4명이 기죽지 않고 더 열심히 법정투쟁 할게요.

    11.2 준비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을 동지들!
    저는 11.2 성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미리할 걸.) 우리 동아리 운영진과 회원들 뿐만 아니라 모든 동지들이 목표했던 바를 이뤄 멋지게 광화문대첩을 성사할거라 믿습니다.
    저는 뉴스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무엇보다 동지들이 정말 그립습니다. 이제 10일이 지났는데.
    너무 보고싶네요. 동지들의 얼굴 그리며 잠들고 있습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니 감기 조심하시구요. 편지 많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