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없어서 아니라 희망 잃어 죽은 것”… 탈북자 입 빌어 한국 정부 비판
  • ▲ 서울 광화문에 설치됐던 한 씨 모자 추모 분향소. ⓒ뉴데일리 DB.
    ▲ 서울 광화문에 설치됐던 한 씨 모자 추모 분향소. ⓒ뉴데일리 DB.
    서울 한복판에서 탈북모자가 아사(餓死)한 사건을 두고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CNN과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탈북모자 추도 시민장(葬) 모습도 전했다.

    탈북모자 아사 사건은 지난 8월12일 서울 관악경찰서의 발표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과 이튿날 국내 언론들의 관심은 한일 간 갈등과 청와대 대응, 여야 간 갈등을 보도하는데 쏠려 있었다.

    CNN “한국 정부, 왜 탈북자 적극 지원 않느냐” 지적

    CNN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 씨 모자 추도식에 참석한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한국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CNN은 “한국 통일부는 지난 2일 탈북모자 아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며 탈북자 실태 전수조사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더 큰 변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수천 명의 탈북자들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탈북자의 주장을 전했다.

    방송은 또한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에게 800만 원의 현금을 주고, 한 씨 모자처럼 2인 가구에게는 6개월 동안 매달 87만 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올해 2인 가구 평균소득 290만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이어 “지난해 통일부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2만5000명 이상의 탈북자 실업률은 한국 사회 평균 실업률 2.9%보다 훨씬 높다”며 “탈북자의 60%는 육아 문제로 취업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6개월 동안의 임시 지원만으로는 탈북자의 자립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 ▲ 지난 1일 탈북자 지원정책 강화를 촉구하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 지난 1일 탈북자 지원정책 강화를 촉구하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뉴욕타임스도 같은 날 “서울에 있는 월세 74달러(한화 8만8000원)짜리 아파트에서 살던 한 씨와 여섯 살 난 아들이 숨진 지 두 달 뒤에 발견됐다”면서 “숨진 모자는 굶주림을 피해 북한에서 탈출했고, 이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한복판에서 굶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일은 큰 뉴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NYT “아시아의 부자 도시 한복판에서 굶어죽었다”

    신문은 이어 “한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해 왔기에 탈북자 지원정책은 정치적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자 지원을 소홀히 한 측면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한 “경기 둔화로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탈북자들을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탈북 모자의 아사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탈북자들은 북한을 탈출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급격한 생활의 변화 때문에 고통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고, 서울 중심가에 설치된 이들 모자의 분향소에는 수천여 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놓았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허광일 위원장은 추도식에서 “한 씨와 그 아들은 굶주림을 벗어나려 탈북 했다가 한국 한 복판에서 굶어죽었다”며 “이들 모자가 굶어죽은 도시는 음식이 넘쳐나다 보니 가장 큰 유행이 다이어트”라며 한탄했다. 신문은 또 “한 씨가 숨진 이유는 단순히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다른 탈북자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씨 모자는 매달 19만7000원의 아동복지수당을 정부로부터 받아 생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들 김 군이 6살이 되면서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지난 5월13일 마지막으로 거래된 한 씨의 은행 잔고는 3819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