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허위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 못하나" '시사기획 창' 제작진 기명 성명
  • ▲ '시사기획 창 -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방송 화면 캡처. ⓒKBS
    ▲ '시사기획 창 -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방송 화면 캡처. ⓒKBS
    지난 18일 KBS 1TV '시사기획 창'이 보도한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을 두고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며 사과방송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제작에 참여한 KBS 기자들이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기명 성명을 내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성명에는 청와대가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시사기획 창' 재방송이 결방되고 제작진의 반박 입장문 발표가 막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靑 "대통령 비판하면서 사실 확인도 안해"


    앞서 '시사기획 창'은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범정부 차원 TF에서 저수지 수면의 몇 %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지를 놓고 고민하다 '대통령이 60% 덮은 데를 보고 박수를 쳤다'는 전언이 나온 뒤로 처음에 30%를 합의해주다가 나중에 다 풀어버리더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 바 있다.

    당초 녹조 발생 우려 때문에 10% 이하를 검토하다,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반응이 전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차관이 직접 나서 30% 이상도 깔 수 있도록 제한을 풀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시사기획 창'은 최규성 전 사장이 운영하던 태양광 업체(OO에너지) 사무실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국민정치연구소 민주연대 사무실이라고 밝혀, 소위 '태양광 복마전'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가중시켰다.

    방송 이후 정부와 산하단체, 태양광 발전업자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태양광 사업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허위 사실에 근거한 보도로, 사실이 아니"라면서 "태양광 패널이 저수지 수면을 60%가량 덮은 곳을 보고 '대통령이 박수를 쳤다'는 전언과, 차관이 '30%도 없애버립시다'라고 말했다는 얘기는 최규선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 수석은 "오히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3월 태양광 발전시설 제한 규정을 삭제한 한국농어촌공사에 제한 규정을 복원할 것을 검토했고, 이에 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 관련 규정을 복원했다"면서 "차관이 수면 비율 제한 조치를 풀어버리자고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수석은 "KBS가 노영민 비서실장 사무실이라고 한 곳은 노영민 실장과 무관한 곳인데 KBS는 이 부분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며 관련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제작진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하나" 반발

    이 같은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해당 보도는 팩트를 근거로 제작·방송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전했던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24일 기명 성명을 통해 청와대의 '외압' 때문에 예정됐던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재방송이 결방된 사실을 폭로하며 청와대와 KBS 보도본부 수뇌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제작진은 "지난 18일, '복마전 … 태양광 사업' 보도 이후 보도본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보도가 나가고 사흘 뒤인 지난 21일 청와대 측은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내용을 방송했다'며 사과방송을 요구했는데, 2012년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방송 명령조차도 위헌이라는 판결까지 내려진 마당에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하느냐"고 반문했다.

    제작진은 "청와대 측이 사과방송을 요구한 이후 KBS 보도본부 수뇌부들이 보인 행태도 큰 충격을 안겼다"며 "청와대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겨 적은 기사들이 출고돼 KBS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데에도 보도본부 수뇌부는 '로우 키(Low Key)로 가자'느니 '2~3일만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제작진의 '반박 입장문' 발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작진은 윤 수석이 브리핑에서 '(KBS 측에) 즉각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청와대는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길 바란다"며 "'창' 제작진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로부터도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지만, 청와대 측 요구를 전달받은 KBS의 그 누군가가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입장문 발표도 막은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방송 방송 예정일 하루 전인 21일 편성본부에서 재방송 여부에 대해 물어봤고, '창' 제작진은 아무 문제없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결국 지난 22일로 예정됐던 해당 프로그램 재방송은 결방됐다"면서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도 결방시키는 것이 KBS가 추구하는 언론관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제작진은 "청와대 측이 보도 내용에 수긍할 수 없다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등에 정정 보도 등을 신청하면 된다"면서 "방송 전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고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음에도 불구, 지난 18일 방송된 '복마전...태양광 사업'이 허위 보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24일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공식 입장 전문.

    '복마전...태양광사업' 외압으로 누르려 하지 마라

    지난 18일, KBS 1TV '시사기획 창' ‘복마전 … 태양광사업’  보도 이후 보도본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창' 제작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 청와대의 ‘사과방송’ 요구

    보도가 나가고 사흘 뒤인 지난 21일 청와대 측은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내용을 방송했다며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 하는가.

    이미 지난 2012년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방송 명령조차도 위헌이라는 판결까지 내려졌다.

    ● 보도본부 수뇌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행태도 '창' 제작진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청와대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겨 적은 기사들이 출고돼 KBS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보도본부 내부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청와대 브리핑 당일인 지난 21일 제작진은 청와대 측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작성했지만 끝내 발표되지 않았다. 보도본부 수뇌부가 “로우 키(Low Key)로 가자”느니 “2~3일만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제작진의 입장문 발표를 막았다.

    제작진의 반박 입장문은 사장실까지 보고가 됐다.

    문제는 또 있다.

    청와대 윤도한 수석은 “즉각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길 바란다.
     
    '창' 제작진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로부터도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 다만 청와대 측 요구를 전달받은 KBS의 그 누군가가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입장문 발표도 막았다고 추론하고 있다.

    ● 예정된 재방송은 결방

    결국 지난 22일(토)로 예정됐던 해당 프로그램 재방송은 끝내 결방됐다.

    재방송 방송 예정일 하루 전인 21일 편성본부에서 재방송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었고 '창' 제작진은 아무 문제 없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대체편성이 이뤄졌다.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도 결방시키는 것이 KBS가 추구하는 언론관인지 묻고 싶다.  

    편성본부장은 재방송 불방을 결정한 경위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 청와대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라

    청와대 측이 보도 내용에 수긍할 수 없다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등에 정정보도 등을 신청하면 된다.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창' 제작진은 방송 전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음을 분명히 밝힌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 차례 입장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창' 제작진은 지난 18일 방송된 '복마전...태양광사업'이 허위 보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이후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이 소상히 밝혀지길 바라며, 보도본부 수뇌부 등이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바이다.


    - '시사기획 창' 제작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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