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해외 순방 연설문 엉터리 '아마추어' 비서실 도마에… 靑 "작성 과정서 혼선"
  • ▲ 문재인 대통령과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과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청와대
    지난주 아세안 3개국을 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해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지어로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회견이 열린 시각인 오후에 맞춰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는 현지어로 인사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말레이시아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오후 인사로 확인됐다. 말레이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땅(Selamat petang)'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쓴 '슬라맛 소르'라는 표현은 '슬라맛 소레'라는 인도네시아어 발음을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한때 연방 성립 문제로 소규모 전쟁을 벌일 정도로 민감한 관계에 있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실수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 낮 열린 한·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 축사에서도 밤 인사로 '슬라맛 말람(Selamat malam)'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낮 인사는 '슬라맛 쁘땅'이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실수를 인정하며 뒤늦게 사과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20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방문국 국민에게 친숙함을 표현하고자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는다. 대통령 해외순방 연설문을 '엉터리'로 작성한 청와대비서실 보좌진의 자질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경찬 영산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연설, 그것도 해외 국빈방문에서 대통령의 한마디는 그 나라의 국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비서실이건 외교부건 대통령의 기자회견문 모두인사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책임은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NS에서도 '나라 망신 국민 망신 다 시키고 다니네' '문재인 대통령님 말레이시아 국민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대국민 사과 하십시오' '우리나라 와서 일본 인사하면 가만 있겠나. 외교참사지' 등 비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