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 당시 '자주파' 상징으로 文정부 들어 베트남 대사… 외교부, 중징계 요청
  • ▲ 외교부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한 김도현 베트남 주재 특임대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외교부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한 김도현 베트남 주재 특임대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무현 정권 시절 외교부 내에서 ‘자주파’로 불렸던 김도현 베트남 주재 대사가 비위로 중징계당할 처지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김도현 대사와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과 직원들에 대한 갑질 등의 정황을 적발해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했다”며 “김 대사에게 5월 초 본부로 복귀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사와 같은 고위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각 부처가 아니라 인사혁신처에서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대사는 파면이나 해임, 강등과 같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종 결과는 인사혁신처 징계위원회에 달려 있다.

    김 대사 징계가 언론의 관심을 끈 이유는 그의 이력과 징계 사유 때문이다. 김 대사는 외무고시 27회 출신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 외교통상부 내에서 소위 ‘자주파’에 속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내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와 ‘우리 민족끼리’ 같은 주장에 우호적 시각을 가진 ‘자주파’ 간 충돌이 일었다.

    김 대사는 북미국 서기관이던 2003년 말 “북미국 직원 가운데 일부가 사석에서 대통령을 비하하고 청와대의 대미정책을 비판했다”는 투서를 청와대에 넣었고, 민정수석실에서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김 대사가 투서에서 언급한 외교관은 보직해임됐다. 위성락 당시 북미국장과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도 얼마 뒤 경질됐다.

    김 대사는 기획재정부 파견을 끝으로 2013년 9월 공직에서 물러나 삼성전자 수출담당 임원으로 취업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8년 4월 베트남 주재 대사에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알려졌다.

    외교부가 이번에 김 대사의 중징계를 결정한 사유는 현지 대사관 직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강압적으로 업무를 지시했고,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고급 숙소 등을 제공받는 등 청탁금지법(김영란 법)을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 매체는 이와 관련해 “베트남 현지 교민들은 ‘일 잘하는 대사를 왜 처벌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면서 “외교부 내부의 오래된 세력갈등 때문에 김 대사가 희생당하는 것”이라는 친문세력의 주장을 전했다. 김 대사도 외교부는 물론 언론에 “억울하다”는 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