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투자-채용 없었어도 배임미수 가능성…손 대표, 공직자 아니어서 뇌물죄 어려워"
  • 손석희 JTBC 사장이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진 과천 모 주차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손석희 JTBC 사장이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진 과천 모 주차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손석희 JTBC 대표이사(63)와 프리랜서 기자 김모(49) 씨 간 폭행·취업청탁 등의 공방이 법적 다툼으로 확산되고 있다. 손 대표 측과 김씨 측이 이미 서로를 상대로 각각 공갈,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데다 시민단체도 손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손 대표에 폭행죄를 비롯해 배임, 뇌물죄, 김영란법 위반(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각 혐의별로 살펴봤다. 

    ①폭행?… '폭행 수위' 따라 유죄 여부 달라져

    폭행 혐의에 대해선 현재 경찰에서 손 대표를 폭행 피혐의자 신분으로 내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10일 오후 11시 5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본식 주점에서 손 대표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도중 손 대표에게 주먹으로 얼굴과 어깨 등을 가격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폭행에 대한 증거로 폭행 직후 녹음한 손 대표와의 대화 녹취록과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김씨가 제출한 녹취록을 보면 손 대표는 김씨의 얼굴 등에 '손을 댔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것이 '폭행'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양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폭행'의 수위가 손 대표의 유무죄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최종상 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변호사는 "손 대표의 주장처럼 가볍게 얼굴을 '툭툭' 친 것이면 폭행죄가 성립될 지 의문"이라며 "그러나 피해자 주장처럼 폭행이라고 할 정도의 '강도'가 있었다면 유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②배임, 배임 미수?... 손석희, 배임혐의 가능성

    손 대표가 받을 수 있는 혐의는 폭행 이외에 '배임' 혹은 '배임 미수'가 있다. 손 대표가 개인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자원을 쓰려고 한 게 사실이라면 배임 또는 배임 미수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손 대표는 2017년 4월 16일 자신이 낸 교통사고의 기사화를 막기 위해 김씨의 JTBC 취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행 시비 이후 김씨와 다시 만나 폭행사건에 대한 경찰신고 취하를 요구하며 김씨의 회사에 2억원 상당의 투자 또는 용역계약을 제안한 사실이 공개됐다. ▶관련기사 [단독]"JTBC서 논의했다" 손석희, 김씨에 거액 제안

    본지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손 대표는 폭행시비가 있은 뒤 1월 중순께 김씨 지인인 A변호사의 역삼동 자택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김씨에게 “제가 제안하는 것은 (회사 측과) 공식적 논의 하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라며 “다만 여기(JTBC) 들어와서 작가하고 그러는 거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김씨가 운영하는 L회사에 투자하거나 다른 용역을 맡기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씨는 "손(대표)가 제시한 회사에 대한 2억원 규모의 투자와 향후 2년간 매달 1000만원 수익을 낼 수 있는 용역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분명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손 대표의 경우 대표이사의 업무에 위배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회사재산에 대한 손해를 끼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실제 투자나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배임은 미수도 처벌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배임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사적인 목적을 가지고 용역이 필요 없는 회사와의 계약을 추진했다면 대표이사의 업무에 위배한 것으로 배임이 된다"며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어도 배임 미수로 볼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도 손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은 29일 고발장에서 "손 대표가 2017년 교통사고를 공론화하지 않는 대가로 김모 기자에게 일자리와 김모 기자가 일하는 사업체에 회삿돈 2억원의 금전적 투자를 시도했다"며 "개인적 일에 회사 일자리를 제공하고 법인 돈을 주려고 했다면 현행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손석희 JTBC 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손석희 JTBC 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③뇌물죄? 김영란법 위반?… "적용 어렵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손 대표는 김씨에게 JTBC 정규직 채용을 제안했다. 김씨가 2017년 4월 16일 밤 10시께 경기 과천 한 주차장에서 발생한 손 대표의 교통사고를 취재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반면 손 대표는 김씨가 교통사고를 빌미로 채용을 요구했다고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손 대표가 자신의 사고를 덮기 위해 취업, 투자 등을 제안한 것은 뇌물죄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물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뇌물수수의 주체가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함께, 뇌물수수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이어야 한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있어야 하고, 뇌물수수의 주체가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이어야 한다"며 "손 대표가 김씨에게 제안한 투자나 취업은 폭행사건의 신고 취하와 교통사고 기사화를 막는다는 점에서 대가성은 있지만, 손 대표와 김씨 등 양측이 모두 사기업에 소속돼 있고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 성립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도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김씨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언론사에 소속된 현직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제처에 따르면 김영란법은 '언론인'을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으로 정하고 있다. 김씨는 과거 경향신문과 KBS 등 언론사에서 일했지만 현재는 언론사에 소속돼 있지 않다.

    안 변호사는 "취업이나 투자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약속 또는 의사표시만으로 김영란법에 위배된다"면서도 "다만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언론인이 금품을 받을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김씨가 언론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김영란법의 적용은 어렵다"고 했다.

    이헌 변호사 역시 "김씨가 현직 공직자나 언론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까지 나온 부분만을 보면 뇌물죄나 김영란법의 적용이 어려워보인다"며 "다만 현재 남아있는 의혹들이 많기 때문에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