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공식 논의" 투자-용역 제안… "손 사장, 김씨와의 개인문제에 JTBC 동원했나" 의혹
  •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손석희 JTBC 대표이사(63·사장)가 2억원 규모의 투자나 용역 관리를 제안했다는 프리랜서 김모(48)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손 사장은 파일에서, 이 제안이 회사 측(JTBC)과의 공식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뉴데일리>는 손석희 사장과 김 기자의 대화가 담긴 50여 분 짜리 녹취파일을 25일 단독 입수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김 기자의 지인인  A변호사의 역삼동 자택에서 밤 늦게까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김 기자는 손 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사장은 폭행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관련 사안을 놓고 합의안을 찾기 위해 1월 중순께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손 사장은 김 기자 등에게 "제가 제안하는 것은 (회사 측과) 공식적 논의 하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뒤 "다만 여기(JTBC) 들어와서 작가하고 그러는 거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김 기자가 운영하는 L회사에 투자하거나 다른 용역을 맡기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손 사장은 "우리(JTBC)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중에서 서로 필요한 경우에 (용역 관리 계약을) 할 수 있다"면서 "김 기자한테도 도움이 되고 회사에도 도움이 되면 다른 얘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녹취 내용은 앞서 김 기자가 주장한 "손(사장)이 제시한 회사에 대한 2억원 규모의 투자와 향후 2년간 매달 1000만원 수익을 낼 수 있는 용역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분명히 거절했다"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회사와 공식 논의했다"는 손 사장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기자와 손 사장 두 사람 사이의 사적인 문제를 놓고 JTBC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책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김 기자와의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 사장이 JTBC라는 조직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가능해진다.

    "양측에 모두 도움 되면, 다른 말 안나온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김 기자는 "투자와 용역은 개념이 다르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손 사장은 "그 정도(용역) 가지고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김 기자 얘기 아니냐"라며 "그게(투자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면, 내가 한 이야기 중에 두번째 방법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이어 "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합을 맞춰보는 건데, 김 기자가 도저히 안 되겠다 그러면 할 수 없다"면서도 "용역 관계를 맺고 노동력을 제공하고, 서로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이날 대화 과정에서 김 기자에게 폭행 신고를 취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기자가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손 사장은 "신고를 취하하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우리 JTBC 차원에서는 다 싸우라고 그런다"며 "저만 지금 안 그러고 있다. 싸우면 제가 이긴다"라고도 했다.

    손 사장은 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니(김 기자)가 동의할 만한 새로운 제안을 사측에서 제의 받았다"며 "다시 만나 의논하자"고 요청했다. " JTBC 회사 차원에서 마련한 공식 제안"이라는 주장을 다시 되풀이한 것이다.
  • ▲ 김씨가 지난 19일 손석희 JTBC 대표와 법률대리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뉴데일리 DB
    ▲ 김씨가 지난 19일 손석희 JTBC 대표와 법률대리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뉴데일리 DB
    "손석희 사장에게 폭행당했다" 11일 경찰 신고

    프리랜서인 김 기자는 지난 11일 손석희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 기자는 19일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10일 밤 11시 50분께 서울시 마포구 소재 일본식 주점에서 손 대표에게 폭행 당했다"며 "손 대표는 제가 대화를 더 이상 지속할 이유와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고지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폭력적인 분위기로 착석할 것을 강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JTBC 측은 24일 오후, 김 기자의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JTBC는 "김씨는 오랫동안 손석희 사장에게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취업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집요하게 해왔다"며 "김씨가 손 사장에게 불법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손 사장을 협박한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JTBC 측은 또 "이번 사안 당일에도 같은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절하자 (김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했다. (손 사장이) '정신 좀 차리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사안의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어 손 사장이 김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이날 본지에 "손 사장을 공갈 협박했다"는 JTBC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제가 공갈·협박을 했다는 JTBC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손 사장이 (나를 회유하기 위해) 금품을 제안했고,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그 증거라며 손 사장 측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손 사장과 법률대리인으로 추정되는 최모 변호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그는 "본인은 손석희에게 폭행 당한 사건과 관련해 일체의 금전적 합의, JTBC 측이 제안한 투자, 용역 거래 등을 거부한다"며 "정식 형사 절차는 이미 진행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손(사장)이 제시한 (자신의) 회사에 대한 2억원 규모의 투자와 향후 2년간 매달 1000만원 수익을 낼 수 있는 용역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분명히 거절했다"며 "공갈은 금품 요구가 핵심인데, 제가 공갈과 협박을 했다는 JTBC 측 주장은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취업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회사 측(JTBC)과의 공식 논의를 거쳐 나온 제안"이라는 손 사장 주장을 재확인하기 위해, JTBC와 손석희 사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