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위한 자금 명목... 개가죽 구하지 못하면 북한돈 2만원(근로자 4개월치 월급) 내야
  • ▲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개가죽을 바치도록 하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1일 보도했다.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당 창건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자금 마련을 위한 개가죽을 수매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수매라고 하지만 사실상 상납을 요구했다고 한다.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은 보통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주민들에게는 개가죽을 바치도록 해왔으며 학생들의 경우는 토끼 가죽을 내도록 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당국의 요구를 맞추기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목적은 개가죽을 거둬가는 것이지만 사람이 먹을 것도 부족한 마당에 집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고 전했다. 개가죽을 구하지 못해 상납하기 어려우면 현금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쌀 4kg 값인 북한 돈 2만 원(북한 일반 근로자 4개월치 월급)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까지는 1만 원만 내면 됐는데 최근에는 두 배의 금액을 내야 해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일반적인 기업소나 공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개가죽 값으로 인민반에 2만 원, 직장에서 2만 원을 따로 내야 한다.  소식통은 “아침이면 개가죽 수매를 요구하는 인민반장의 목소리가 동네를 채운다”면서 “가난한 집들은 낼 형편이 못되는데 자꾸 내라고 따지니까 인민반장 목소리만 들려도 문을 잠그고 집을 나가 버린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이런 개가죽 상납의무를 면제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소식통은 “직장에서 또 개가죽을 걷어, 이중으로 돈을 내야 해야 하지만 당을 위한 자금이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주민들은 빚이라도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반면 상급 단위에 속한 조직은 오히려 부담이 적다고 한다. 한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군 단위 농장에서는 중국 돈으로 24위안(북한돈 2만 4,000원)을 내면 끝이고 이중 부담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