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침공 루트 열어주는 꼴 아니냐”지적… “우리 군 억제력을 약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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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이날 “남북군사당국은 9월 19일 평양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조치로서 오늘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JSA에서는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철원 DMZ에서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지뢰제거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JSA 지뢰제거 작업은 이 지역의 비무장화 조치를 위한 첫 단계로 남북은 각기 자기 측 지역에서 작업을 실시하며, 우리 측은 공병부대 병력을 투입해 JSA 동쪽과 서쪽의 수풀 및 감시탑 주변 지역 등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원에서의 지뢰제거 작업은 DMZ 내 남북공동유해발굴 작업을 위한 사전 조치로, 이 또한 공병부대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철원 DMZ에서는) 지뢰제거 작업과 병행해 남북도로개설 작업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군 기갑전력 돌파 경로 지목된 철원 평야
JSA 지역에서의 지뢰제거 작업은 남북 양측이 서로 관찰할 수 있기에 북한이 제대로 지뢰 제거를 하지 않을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철원 DMZ 지역에서는 북한 측의 작업 상황을 관찰하는 게 쉽지 않다.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게 지뢰제거 작업 이후 도로개통까지 한다는 철원 DMZ의 위치다. ‘화살머리 고지’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지역에 있는 해발 281m의 작은 산이다. 현재는 육군 5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2013년 6월 김정은이 찾았던 오성산 까칠봉 감시초소(GP)와도 멀지 않다. 이 일대는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와 함께 1953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
‘화살머리 고지’는 한국군 2사단과 프랑스 대대가 피를 흘리며 지켜낸 곳이다. ‘화살머리 고지’의 첫 격전은 1952년 10월 3일부터 14일 사이에 있었다. 당시 프랑스 대대는 중공군 113사단 338연대의 야간 기습을 매일 막아냈다. 이 전투로 프랑스 대대는 47명의 전사자, 144명의 부상자를 냈다. 중공군 113사단은 이보다 훨씬 큰 사상자를 내고 후퇴했다.
두 번째 ‘화살머리 고지’ 격전은 1953년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국군 2사단과 중공군 73사단 간의 싸움이었다. 중공군 73사단은 이 기간 동안 두 차례 공격을 통해 ‘화살머리 고지’를 빼앗으려 했으나 1,300여 명의 전사자를 내고 실패했다. 한국군은 전사자 180명, 실종자 16명, 부상자 770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 중공군은 이후로도 ‘화살머리 고지’를 빼앗으려 계속 공격했고, 한국군 2사단에게 다시 이곳을 넘겨받은 프랑스 대대는 7월 27일 휴전 협정을 맺을 때까지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국군은 2008년 12월 전적 기념비를 세우고, 프랑스 대대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추모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북한 침투 감지할 수 있는 주요 지역
북한군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전력에 매진하기 전까지는 舊소련군의 OMG(Operation Moving Group, 종심기동전술: 기갑전력과 기동화 보병으로 적 종심을 빠르게 뚫고 나가는 전술)를 토대로 한 전격작전으로 남한을 일주일 내에 점령한다는 작전 계획을 고수했다. 북한군은 남침 시 파주 지역과 철원 지역 평야를 통해 대규모 기동 전력을 투입, 수도권을 포위한다는 작전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살머리 고지’와 ‘백마고지’ 일대는 이런 북한군의 예상 침공 경로인 철원 평야를 감시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여기서 지뢰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북연결도로’까지 개통시킨다는 소식에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침공할 회랑(回廊)의 빗장을 열어주는 꼴 아니냐”며 “철원 지역에서 우리 군의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오해도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