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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竹 / 時事論評家
비록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의외(意外)로, 즉 뜻밖에 순진해 보이면 ‘멍청’하다는 소릴 듣는다. 혹은 모종의 계략이나 음모를 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가 상대방을 속일 때 “내가 너를 속일 것이다”라고 겉과 속을 다 드러내놓을까? 이 나라 꽤 많은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그럴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잔머리를 굴리는 양반네들이 있나보다.며칠 전 양키나라 ‘외교협회’라는 데서 있었던 일을 아무개 일간지는 이렇게 전한다.
= 문 대통령은 연설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비공개 발언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비공개(非公開) 발언’이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라는 “너만 알고 있어!”의 표현이라는 걸 모르면 ‘의외로 순진’하다는 소릴 듣게 된다. 더군다나 ‘거간꾼’에게 들려준 밖에야.
물론 알고서 진실인 양 세상에 떠벌렸다면 다른 의도[계략이나 음모]가 있다고 밖에 달리 평가하기 어렵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시선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북녘 세습독재자의 ‘비공개 발언’은 달리 말하면 “지금이나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은 결코 그런 게 아니니, 절대로 시비를 걸지 말라”는 연막(煙幕) 치기일 뿐이다.
결국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하기 위해” 터를 닦는데 불과한 ‘겹 속임수’에 다름 아니다. 살짝 엄살과 궁상(窮狀)을 함께 갖다 붙이면, 더욱 그럴 듯하게 된다. “그 보복을 어떻게 감당...” 이렇게 말이다.글쎄, 적확(的確)한 표현일지 알 수 없지만 일종의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목적한 바대로 ‘순진’하게도 국제사회에 자랑스럽게 전하시면서, 한 술 떠 뜨셨다고 한다.
“종전(終戰)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설령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다...”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거듭하여 결론에 도달하겠다는 끊임없는 ‘실험 정신’에 경의를 표해야 하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 시절 ‘슨상님’과 ‘변호인’의 “북녘이 핵 개발하는 건 단지 협상용”이라는 거듭된 말장난 끝에 북녘의 ‘핵미사일’은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의 머리 위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소리 없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그런데도 아니면 말고 식의 ‘실험 정신’으로 그 ‘핵미사일’을 치워보겠다고 하신다. 고모부를 고사총(高射銃)으로 쏴 죽이게 했다는 이르기를 “예의바른” 젊은 세습독재자의 ‘진정성’을 믿으면서...
엊그제 또 다른 아무개 일간지 사설(社說)의 마무리 부분이다.
“...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비핵화 때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쐐기를 박으면 북·중·러 모두에게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참으로 바램도 야무지다. 더구나 말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이제 와서 실제 그걸 실천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그럼에도 이 나라 국민들은 ‘겹 속임수’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당분간 지켜볼 뿐이었지... 물론 양키나라도. 그런데...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그 ‘예의바른 젊은 세습독재자’의 똘마니가 본심을 드러내고 만다.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으며 뉴욕에 입성했다는 ‘인민공화국’의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서 짖어댔다.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
줄기차게 떠벌려온 입에 발린 소리에다가 기회가 있을 적마다 조건과 토를 달면, 그건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다.“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에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 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
딱 보면 안다. 시간 끌기를 하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겹 속임수’의 실체는 이렇게 밝혀졌다. 저들이 거듭 ‘신뢰’를 씨부리지만, 정작 그 ‘신뢰’를 스스로 땅속에 처박은 꼴이다. 이른바 ‘대화와 협상’이 무의미하게 된 것 아닌가.
그나저나 ‘거간꾼’의 한숨에 가까운 혼잣말이 들리는 듯하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는다고 했는데...”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