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했던 '호남人' 이정현-박지원, 뼈 있는 신경전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얼굴을 맞댔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막역함을 소개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중간중간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쓴소리와 이정현 대표의 반박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온 이정현 대표를 향해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많이 알고, 대통령의 성공을 가장 잘 보필할 수 있고, 야당과 국민의 소리를 가감첨삭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대표가 취임했다"며 "우리 국민의당도 참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과거) 박근혜 대표가 꼭 대통령 되도록 하고, 대통령이 당선되면 성공할 수 있도록 희생적으로 잘 모셔야 한다고 했었다"고 조언한 사실을 소개했다. 이어 "이 대표도 저에게 그러한 충고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등 가깝게 지냈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정현 대표와 가장 가깝게 지냈는데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됐으니까 야당은 야당답게 박 대통령에게 드릴 말씀드리고 할 테니 좀 잘 돌봐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호남 출신으로 새누리당에서 참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며 "호남 출신의 당 대표가 돼서 호남의 선배를 찾아뵈니 감개무량하다"고 화답했다. 

이정현 대표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8대 국회에 진출한 이후 정치 선배, 인생 선배로서 제게 가장 진지하고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열정의 한 분이라면 대표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워낙 독하고 무서운 야당 대표이지만 절대로 쥐를 물지 않고 퇴로를 열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밉지 않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본받고 싶다"고 박 위원장 치켜세웠다. 

그러자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정현 대표를 향해 "정의는 찾지말라. 정의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고 야당은 야당답게 대통령에게 드릴 말을 드리겠다"고 뼈 있는 농을 던졌다.

이정현 대표가 전날 "대통령과 정부에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 여당 의원의 자격이 없다"는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비공개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정현 대표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에 잘 풀어가리라고 본다"고 기대하면서도 "말로만 협치를 하지 말고 대통령과 여당에서 과감하게 양보의 모습을 취해달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간 연장 등 현안과 관련 '시원한 선물이 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에어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과거의 친분을 자랑했던 것과는 별개로, 각각 여야 정당의 대표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같은 호남 출신으로서 친분을 나타냈다. 

정세균 의장은 이정현 대표를 향해 "장점이 많은 분이지만 딱 떠오르는 것이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성격"이라며 "국민의 답답한 심정이 풀리도록 정치도 그렇게 화끈하게 해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이정현 대표는 "의장이야말로 국민 의견을 정점에서 듣고 온 국민의 지지를 받는 분"이라며 "제가 말씀을 잘 따르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