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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수임료 당연하다는 '전관 변호사' 의식 문제"

토론자 "전관마케팅 만연, 전관예우는 사법신뢰에 기생하는 암" "수임료 상한제 도입해야"

입력 2016-06-08 18:22 | 수정 2016-06-09 11:28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8일 오후 바른사회시민회의 2층 회의실에서 '사법신뢰 추락시키는 전관예우,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8일 오후 자체 회의실에서 '사법신뢰 추락시키는 전관예우,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는 최창규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이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전관예우가 사법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과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토론자들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입법적 조치로 '변호사 수임료 상한제 도입'을 제시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표에 앞서 "현재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면서 조선 말기 형사제도의 타락을 신랄하게 고발한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 서문을 소개했다.

"하늘의 천권(天權)을 대신하면서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재판하는 사람이 살려야 할 사람은 죽이고 죽여야 할 사람은 살리면서도

태연하고 편안할 뿐 아니라 돈에 흐려지고 여자에 미혹되어 

비참한 백성이 고통으로 울부짖어도 구제할 줄 모르니 갈수록 화근이 깊어진다"


박인환 교수는 이날 '전관예우'를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하면서 전관예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형사 사건에 대해서는 수임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환 교수는 "형사제도에서 전관예우의 폐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 한다"며 "사법제도의 공정성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인환 교수는 법조인들이 정치권으로 빈번하게 진출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를 지적하며 전관예우는 기득권 집권 세력의 도덕성과 윤리성에 치명상을 가하고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인환 교수는 최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불거진 전관 변호사 출신들의 거액 수임료 및 법원·검찰 로비 시도 혐의 논란으로 시끄러운 '정운호 게이트'야말로 오래된 악습이라고 주장했다.

박인환 교수는 노무현 정부시절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이 퇴직 후 5년간 공식적인 수임료로 1년에 10억 원 씩 60억 원을 벌어들인 것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5개월간 16억 원의 막대한 수입을 올린 현실을 거론하며 "정부 인사청문회만 보더라도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추측해볼 수 있는 상황이 많다. 고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인환 교수는 과다한 수임료에 대한 법조인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하며 "전관예우가 없는 척하면서 거액의 돈을 받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하고, 전관예우가 있는 척하면서 겁을 주고 돈을 받으면 공갈협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인환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들의 수임료 횡포는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박인환 교수는 "실제 법조계 여론에 따르면,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고법 부장판사 출신은 최소 5,000만 원, 검찰총장이나 대법관 출신은 최소 1억 원"이라고 밝혔다. 또 사건에 따라 2~3억 원 혹은 수십억 원까지 거액이 오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2015년 대한변협에서 '과다 수임료'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당시 한 변호사가 마약 사범으로 구속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사건을 맡으며 착수금 5,000만 원을 받고 수임해 변론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대한변협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이라 해도) 변호사가 사건 변호 대가로 5,000만 원을 받는 것이 정상이냐"고 물었지만,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변호사가 그 정도 받았으면 양심적인 것 아니냐"며 "일반인 눈으로 보면 5,000만 원이 엄청난 금액일 수도 있으나 법조계 관행에 비춰보면 많다고 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다"는 대답을 했다고 털어놨다.

박인환 교수는 전관예우 당사자인 변호사들의 '거액 수임료'에 대한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문제를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 비교해 설명했다.

박인환 교수는 "얼마 전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청년이 컵라면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번 돈이 140여만 원이었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지하 현장에서 폭발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 14명은 지하 10m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하루 일당 16만원을 받았다"면서 높은 수임료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박인환 교수는 홍만표 변호사기 100억 대 수임료를 올리고 한 인터뷰에서 "나는 변호사로 충실했을 뿐이다. 내 기억에 토요일에도 나와서 의견서를 쓰고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주말이고 뭐고 출근해서 밤낮으로 일만 했다. 검찰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내 인생은 뭐가 되나. 한탄만 나온다"고 말한 것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돈이 없어 상습적으로 절도를 한 곤궁범(困窮犯)이 변호사 착수금으로 1,000만 원, 성공보수 1억 원을 약정하는 일까지 있다"며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죄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박인환 교수는 전관예우의 만연에 대해 형식적인 법조윤리교육이나 변호사 윤리장전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박인환 교수는 "탐욕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면서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형사사건에 있어 전관예우 문제는 변호사 등 법조인의 윤리의식에 맡길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판단된다"며 "수임료 상한제 도입을 위한 입법적 결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 검사제도 판사제도를 제안으로 들고나오는데 고액 수임료가 보장 되지 않으면 누가 옷을 벗겠냐"며 "핵심은 고액 수임료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법조인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겸 교수는 "학연, 지연, 혈연에서 전관예우가 생긴다"며 "전관예우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법적 양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재판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상겸 교수는 "고액의 변호사 비용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될 가능성을 제공해 사회적 불의를 조장하고 사회적 폐습을 만드는 것은 반사회적·반국가적 범죄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법조인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법조인들의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하다"면서 "법조계가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고 자정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전관예우가 생기는 원인으로 ▲한 곳에서 법조인이 양성되는 시스템 ▲미약한 처벌 규정 ▲검사, 판사 등의 공직자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는 시스템을 꼽았다.

김상겸 교수는 "전관예우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규정이 약하다"며 "벌금이나 과태료로 끝낼 것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을 상실시키고 그 기간을 10~20년으로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겸 교수는 변호사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는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하며 "수임료를 신용카드로 계산해서 현금이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카드 결제를 하지 않으면 원천적 계약 무효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고위직 법조 관료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해서 사회적 폐습을 차단해야 한다"며 "독일에 오래 있었지만 독일은 고위직 법관이 개인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형사사건에 국선 변호사를 도입하고 수임료를 명문화시킨다면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관희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은 검찰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혁해야 한다며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의 수사권을 정당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관희 명예회장은 "민사, 형사 관계없이 전관예우로 온통 뒤범벅된 것이 한국 사법구조"라면서 "검찰, 사법관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관희 명예회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검찰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예는 없다"면서 "검찰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다보니 과다한 로비가 생기고 말도 안되는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의 독주를 막기 위해 경찰수사의 독자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전관비리는 변호사들도 다 인정을 하고 있다"면서도 "변호사 수임료 상한제 전면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채명성 이사는 "수임료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모든 분야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도 수임료 상한제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제도 도입 이후 상한까지 맞춰서 수임료를 받으려 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명성 이사는 "이는 오히려 평균 수임료가 올라가면서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변호사들이) 담합을 하는 등의 공동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명성 이사는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지만 외국 로펌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현실도 문제"라며 "국내 로펌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나치게 낮은 수임료 상한선은 법률시장 자체를 위축시키고 의뢰인이 변호사로부터 최선의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박탈할 우려도 있다"며 "수임료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채명성 이사는 "형사 절차는 국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로 공공성과 윤리성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라며 "전관비리의 폐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수임료 상한제를 통해 전관예우를 끊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명성 이사는 "형사 분야는 외국 로펌이 진출한다 해도 가장 마지막에 허용하는 분야"라며 "수임료 상한제를 도입할 때 부작용이 가장 적을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명성 이사는 "판사나 검사가 퇴임 후 변호사 자격을 가져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 전에 법조계의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판사·검사 양성 시스템과 변호사 양성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최순웅 조선비즈 법조팀장은 "시장경제에서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만큼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전관예우가 사법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시장 실패'로 바라봤다"며 "전관예우는 사법신뢰에 기생하는 암"이라고 비판했다.

최순웅 법조팀장은 직접 법조계를 취재하며 목격했던 전관예우의 현실을 고발했다.

최순웅 법조팀장은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는 전화 한 통화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취재 과정에서 전관출신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으면 담당 검사, 판사에게 안부를 전하며 '이런 사건을 맡고 있는데 공정하게 해달라'하는 식으로 청탁하는 관행을 여러 번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최순웅 법조팀장이 검찰 관계자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자 "전관 변호사가 중앙지검장을 만나려 하는 것은 전관 변호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시도다. 인사만 했는데 사건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식의 논리로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최 팀장은 "문제는 변호사가 중앙지검장, 차장, 부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이라도 낼 수 있게 하는 동기"라고 지적했다.

최순웅 법조팀장은 법조계에 만연해 있는 '전관 마케팅' 현실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동부지검에서 부장검사까지 지내고 최근 개업한 한 변호사는 "저는 부장검사를 끝으로 20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변호 사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제 동기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비롯해 대부분 부장으로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주변에 보내 전관마케팅 논란에 휩싸인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형 로펌들의 경우 오히려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친한 변호사가 있다'는 식의 전관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웅 팀장은 "이런 전관예우로 인해 젊은 법조인들이 좌절감과 박탈감을 느낀다"면서 "게다가 사법신뢰의 훼손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최창규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최창규 명지대 사회과학대 학장은 "법조계가 개혁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영원할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국가 권력 및 사법부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사회 양극화가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학장은 "수임료 상한제를 실시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현금을 주고 받으면서 탈세를 하면 제도를 도입해도 소용이 없다"며 "신용카드로 수임료를 결제하는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의 의견은 '수임료 상한제 도입'과 '수임료 거래 투명성 확보'로 귀결됐다. 일반인들이 듣기에도 충분히 합리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의 관행 뒤에 숨은, 한국 사회가 사법시험에 목을 매게 된 배경에 대한 비판까지는 파고들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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