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방문 첫 일정, 동포간담회 "잠시라도 고국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은 바람"
  • ▲ 멕시코를 공식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멕시코 시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멕시코를 공식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멕시코 시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과 멕시코 공식방문을 위해 6박8일 간의 순방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두 번째 순방지인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멕시코시티에서의 첫 일정은 동포간담회 참석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 동포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현재 멕시코에는 약 1만2,000여명의 동포들이 경제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하면서 양국 간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지난 1905년 한국인 최초 이민자 1,033명이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 지역 24개 에네켄(선박용 밧줄 원료를 만드는 선인장의 일종) 재배농장에 취업하면서 우리 동포의 이민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이민 1세대들은 무더운 기후와 질병, 노예처럼 취급받던 참담한 생활 속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독립군 양성을 위한 숭무학교를 세우는 등 독립운동에 기여했다.

    초록색 고름이 달린 미색(米色)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차려입은 박 대통령이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장에 입장하자 동포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김현욱 멕시코 한인회장은 환영사에서 "국민과의 희망찬 새 시대를 열어가시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현재 북한 핵 위협으로 어려운 국가 안보 상황과 국내 여러 정치, 경제의 힘든 여건 속에서 이곳 머나먼 멕시코까지 방문하신 것을 우리 한인동포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활짝 웃으며 마이크를 잡은 박근혜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 그리고 멕시코의 한인 후손 여러분, 이번 멕시코 방문의 첫 일정으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이 삶의 터전을 일구고 계신 이곳 멕시코는 한인 이주의 역사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멕시코는 중남미 지역에서 최초로 한인들이 정착한 곳으로 1905년 1,000여명의 한인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곳에 왔다. 하지만 애니깽 농장에서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고, 얼마 후 망국의 슬픔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역경 속에도 멕시코 한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독립군 양성을 위해 숭무학교를 세웠다. 한글학교를 설립해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치면서 자녀들에게 민족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지금도 한인시민경찰대와 한글학교 등을 통해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동포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박수)

    박근혜 대통령은 또 "이번 멕시코 방문 기간에 (엔리케 페나) 니에토 대통령과 에너지와 인프라, ICT(정보통신기술), 보건·의료,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돈독한 양국 관계의 틀 위에서 양국 국민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멕시코와) 협력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동포사회와 진출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혜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며, 여러분께서 더욱 힘을 모아 노력하셔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핵(核) 도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들려온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뉴스로 여러분께서도 걱정이 크시겠지만, 잘 아시는 대로 지난 3월 3일 유엔 안보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개발과 도발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철저한 고립과 자멸의 길을 재촉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동포 여러분께서도 정부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주시고, 멕시코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 노력을 더욱 강력하게 지지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 그리고 한인 후손 여러분, 항상 대한민국을 가슴에 간직하고 열심히 뛰어주시기 바란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다"며 인사를 마쳤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오병문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장이 건배를 제의했다. 그는 "오늘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님을 중심으로, 소통과 화합을 통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제가 '소통'하면 여러분은 '화합, 화합, 화합' 이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잔을 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외쳤다.

    이윽고 행사장에는 소통과 화합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후 박 대통령은 동포들과 밝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뜨거운 대화를 나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한복을 차려입고 행사장에 등장한 것과 관련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동포를 만날 때 가능한 한복을 입으시고는 하는데, 한복은 단순히 옷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민족의 혼을 옷의 모습으로 빚어낸 조국의 상징으로, 한복을 보면서 머나먼 곳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동포들에게 잠시라도 고국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은 작은 바람이라고 하신 바 있다. 그래서 오늘도 한복을 입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