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북압박 조치 통해 북한 핵개발 의지 꺾는 데 적극 협조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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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공식방문을 계기로 8년 전 중단된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또한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지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간 실무회의가 진행된다.

    4일(현지 시간) 멕시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페냐 니에토(Enrique Pena Nieto)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FTA 관련 실무협의체를 올해 4분기에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멕시코의 FTA 협상은 지난 2007년 개시됐지만 멕시코 측이 자동차, 반도체 등 분야에서 자국 시장 잠식을 우려함에 따라 이듬해인 2008년 중단됐었다. 두 정상이 한-멕시코 FTA 관련 실무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한 배경에는 TPP 발효가 예상외로 더딜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니에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개최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멕시코는 우리의 중남미 지역 최대 교역국이지만 양국간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해 나갈 여지는 여전히 매우 크다고 본다"면서 FTA 실무협의체 출범 소식을 알렸다.

    박 대통령은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협의 개시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시 멕시코의 지지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4분기 중 실무협의를 개최키로 합의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측은 한국의 TPP 가입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의체가 한국의 TPP 가입 지원 업무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양국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마련하는 등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핵(北核) 대응을 위한 한-멕시코 간 공조 강화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조속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양자적인 차원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 등 대북압박 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꺾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했고, (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멕시코는 TPP 기구에 가입하도록 한국을 지원할 것이며 앞으로 가능한 양국 간 FTA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북한의 핵 실험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세기 태평양 시대에 한국과 멕시코가 진정한 동반자이자 친구로서 공동번영의 길을 함께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무챠스 그라시아스, 아디오스(Muchas gracias·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 직후 공식오찬에 나란히 참석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오찬장 이동을 위해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하면서 박 대통령의 팔을 잡아 에스코트하는 등 친밀감을 나타냈다.

    양측은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한-멕시코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 두 정상의 임석하에 체결된 MOU는 무역-투자 진흥 및 산업자원협력위원회 MOU 등 5건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MOU) 총 34건 가운데 경제분야 MOU는 29건을 차지한다.

    청와대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 진출기반 확보, 고부가가치 분야 협력지평 확대, 현지 진출기업 기술지원체제 구축 등을 성과로 꼽았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무역-투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국의 TPP 가입시 멕시코의 지지, 한-멕시코 FTA 관련 협의 개시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올 4분기 중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 제공 지연문제 및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했다.

    기아차의 경우 멕시코 누에보레온주(州) 공장을 5월 가동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주지사가 교체되면서 전임자가 약속한 세금감면 혜택 등을 다시 협상하자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아차는 2014년 누에보레온주에 북미 제2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부지 무상 제공, 5년간 법인세 면제, 인프라 구축 등 혜택을 약속받은 바 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과 니에또 대통령은 멕시코 연방정부, 주정부 및 기아차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 가기로 합의했다.

    안종범 수석은 "기아차를 포함한 자동차 내지 부품 업체들이 많이 진출돼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당히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 점에서는 FTA 재개에서 나오는 여러 걸림돌이 많이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사상 최대의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