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폐기 의혹 '업무상 과실' 결론불기소 대신 검찰 이첩 논란쿠팡 불기소 외압 수사도 유착 관계 못 밝혀법조계 "보여주기식 수사…특검 무용론"
  • ▲ 상설특검 90일 활동 종료 기자회견. ⓒ연합뉴스
    ▲ 상설특검 90일 활동 종료 기자회견. ⓒ연합뉴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한 상설특검이 수사를 마무리했다. 다만 특검 수사가 핵심 의혹은 끝내 규명하지 못한 채 일부 관련자를 기소하는 데 그치면서 이번 수사를 둘러싸고 '반쪽 성과'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은 핵심 수사 대상이었던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의 결론조차 내지 못했다. 특검은 해당 사건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기소 처분하지 않고 다시 검찰에 넘겼다. 핵심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판단을 기존 수사기관에 돌린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둘러싼 불기소 외압 의혹에서도 수사의 핵심이었던 외압 배경 및 유착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 특검은 일부 검사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외압이 어떤 경위에서 이뤄졌는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기업과 수사기관 사이에 어떤 유착 관계가 작용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결국 수사의 출발점이 된 주요 의혹들이 잇따라 확인되지 않으면서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정치적 논란 속에서 진행된 '보여주기식 수사'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명확한 결론 없이 사건을 다시 수사기관에 넘긴 방식 역시 상설특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며 이른바 '특검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 특별검사 안권섭. ⓒ연합뉴스
    ▲ 특별검사 안권섭. ⓒ연합뉴스
    ◆ 관봉권 의혹 결론 못 내고 검찰 이첩 … "판단 떠넘기기" 논란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상설특검(특별검사 안권섭)은 90일간의 수사를 종료하고 공소유지 체제에 돌입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특검은 수사 기간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과 관련해 엄성환 전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이사와 정종철 전 대표이사, CFS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기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서울남부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을 증거인멸 및 교사,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피의자 입건해 수사했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윗선이 수사 은폐를 목적으로 띠지 폐기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은 이러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지 않고 다시 검찰로 이첩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감찰을 통해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에 실무상 과실은 있지만 지휘부의 고의적인 증거 인멸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특검이 불기소 처분 대신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기존 수사기관에 판단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5일 열린 수사 종료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대검찰청 감찰과 결과가 다르지 않냐면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하지 않냐"고 묻자 특검은 불기소 결정 시 불복 절차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특검법에 불기소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현직 부장검사는 "기소와 불기소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며 "기소할 권한은 있지만 불기소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검이 일부 기소한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에서도 법리 입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용근로자성'에 대한 입증이 없어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용근로자성' 입증 여부에 따라 퇴직금 지급 의무가 달라진다. 최근 유사 사건에서 연이어 사용자 측 무죄 판단이 나오며 특검의 법리 입증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불기소 외압 의혹에서도 핵심 쟁점이던 유착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특검은 엄 전 지청장 등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했지만 "피고인들과 쿠팡 관계자 및 변호인 등과의 유착 관계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 ▲ 특검, '관봉권 띠지' 관련 대검 압수수색. ⓒ연합뉴스
    ▲ 특검, '관봉권 띠지' 관련 대검 압수수색. ⓒ연합뉴스
    ◆ 핵심 의혹 못 밝힌 특검 … 법조계 "무용론 커질 것"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상설특검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특검이 핵심 의혹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로 이첩한 것을 두고 특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상설특검 제도 존재의 의의가 흔들릴 수 있는 수사 결과라고 전했다. "독립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받은 특검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사건을 다시 기존 수사기관으로 넘긴 것은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결국 특검이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검찰에 떠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기존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특검 제도를 도입해 놓고 정작 특검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사건을 다시 넘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라기보다는 정치적 논란 속에서 진행된 '수사쇼'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이번 특검의 수사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애초에 특검 수사 범위에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사건'이 함께 포함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결국 핵심 의혹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사건을 다시 검찰로 넘긴 것은 특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는 검찰 제도를 문제 삼으면서도 특검은 계속 남발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결과적으로 특검 무용론을 다시 키운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