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꽃길 걸어온 유 의원, 당 모욕하고 자기정치 위해 떠나" 맹비난
  • ▲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뉴데일리
    ▲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뉴데일리

       
    이번에도 헌법 제1조를 언급했다. 지난해 7월 원내대표직 사퇴의 변과 지난 2월 예비후보 등록 당시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헌법 조항을 앞세워 집권여당을 맹비난하고 떠나간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얘기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탈당을 선언하는 심야 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언급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자신을 향한 정체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헌법 조항을 앞세워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해 왔다.

    지난해 7월 논란의 국회법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제1항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대구 동구 선거관리위원회에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리에서, 시장에서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며 또 헌법 조항을 언급했다.
  • ▲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뉴데일리

    유 의원이 좌파들의 집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규정을 인용할 때마다 여권에서는 유 의원의 정체성에 의문의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유승민 의원은 이번 탈당의 변에서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성 논란은 그동안 당 내부에서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유 의원은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시절 친박계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야당과 합세해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입법부 쿠데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은 결국 본회의에서 폐기됐지만,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로부터 '개인 정치'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해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주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한구 위원장은 당시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유승민 의원을 겨냥, "이러니 우리 새누리당이 정체성을 의심받는 것 아니냐"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결국 이 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속셈이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의 정체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의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내부에서는 유 의원이 끝까지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박계인 한 의원은 "미래를 위해 불출마의 길도 있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마당에 꼭 그렇게 당을 비난하고 떠나야 했는가"라며 "당을 반토막으로 만든 것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마시던 우물에 침 뱉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한구 위원장도 유 의원을 향해 "정치적 희생양 행세를 하는 것도 시급히 청산해야 할 구태(舊態)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나섰다.
  •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뉴데일리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뉴데일리
    이 위원장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념과 가치 중심으로 뭉쳐야 할 책임정당에서, 국회의원 한 번 더하기가 인생 목표인양 생각하거나, 서로 총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강자를 비판하고 자기를 부각시키는 방법, 정치적 희생양 행세를 하는 것은 시급히 청산 되어야 할 구태"라고 유 의원을 비난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은)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정치를 위해 떠났다"며 유 의원의 '당 정체성 논란' 사례도 조목조목 언급했다.

    정부가 그토록 만류함에도 불구, 유 의원은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박근혜 대통령 방미 과정에서의 혼선을 두고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지칭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한구 위원장은 "(유 의원은) 꽃신을 신고 꽃길만 걸어왔다. 텃밭에서 3선 기회 주고 늘 당의 요직을 줬다"며 "선배·동료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던져주는 행위를 했다. 인간적 측면에서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유 의원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이번 파장의 책임을 이한구 위원장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축출'로 인한 역풍을 우려해 친박계가 출구 전략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서 실질적인 해당행위를 한 사람은 이 위원장이다. 사실상 결론을 내놓고도 시간을 끌면서 결정을 안 한 것이 가장 잘못됐다"며 뒤늦게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이 비박(非朴) 연대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함께 탈당한 의원들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연대라는 표현을 저희들(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써본 적은 없다"며 "의원님들과 한 번 얘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박 무소속 연대'에 나서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새누리당 공관위는 유 의원의 지역구였던 대구 동구을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단수추천 후보로 내세웠다.

    반박(반박근혜) 유승민 의원과 진박 이재만 후보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자칫 이번 총선이 '유승민 대 박근혜' 구도로 흘러갈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