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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경제 어렵다
"이제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1월 13일 대국민담화)"지금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외 경제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2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경제 괜찮다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3월 7일 수석비서관회의)"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3월 7일 수석비서관회의)박근혜 정부의 '갈지(之)자' 경제 인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경제위기론을 전파했던 청와대의 경제관이 돌연 낙관론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경제불황 여파로 인해 대한민국호(號)는 험난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우려하는 경고음이 각종 연구기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1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3을 기록,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98)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4.3%까지 떨어졌다. 민간의 체감 경기 역시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마디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제인식은 냉탕(위기론)과 온탕(낙관론)을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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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호 경제부총리. ⓒ뉴데일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재부는 9일 발표한 경제동향 자료에서 "우리 경제는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일시적 요인으로 내수도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수출 부진이 완화하고 있으며 개소세 인하 연장 등이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경제장관회의에 앞서 발표한 내용보다 한층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당시 기재부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며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고, 특히 1월에는 개소세 인하 종료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도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이라고 진단했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선 '수출 부진이 완화하는 중', '내수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란 단정적 표현을 쓰며 강한 낙관론을 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돼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둔화를 공식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의 이러한 인식을 두고 심각한 정책 판단의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화일보>는 기재부가 상황 판단을 잘못할 경우 대책을 제때 내놓을 수 없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을 유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일보>는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의 급격한 인식 변화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불러올 수도 있어 우려가 크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인식 변화를 두고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정치공세를 펴고 나섰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경제 정책을 총괄하셔야 할 대통령이 하루는 위기라고 했다가 다음날 낙관론을 얘기하는 것은 경제 정책에 대한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그저 국민에게 호도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김종인 대표 역시 청와대와 정부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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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노무현 정부가 강력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까지 가로막은 김종인 대표가 한국 경제의 위기를 논할 자격이나 있냐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반대하고 있는 서비스법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서비스산업은 일자리의 보고(寶庫)로서, 고용창출력 면에서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2배 이상 높다(2013년 기준)는 통계도 있다.
2016년 1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9.5%까지 치솟았다. 서비스산업의 경우 의료, 관광, 문화 등 청년들이 선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 69만개 창출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폭군을 연상케 하는 김종인 대표의 반대로 인해 서비스산업 분야의 청년·여성 일자리 창출이 가로막히고 융복합을 통한 제조업의 재도약이 멈춰서는 등 그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대표는 누군가를 비난하기에 앞서 본인의 행보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탓인지 정부가 돌연 낙관론을 외치고 있어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경제위기에 관심도 없는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고 있다.
답답한 정부와 물귀신 같은 야당의 행태에 울상을 짓는 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이다.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을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