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확보 절실한 더민주, 이번엔 새누리당에공세?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 제의를 던졌다. 이번엔 국민의당이 거절했지만 낮은 수준의 연대를 다시 제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 제의를 던졌다. 이번엔 국민의당이 거절했지만 낮은 수준의 연대를 다시 제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가 당 안을 넘어 당 밖에도 파장을 내고 있다. 특히 김종인 대표가 야권연대 제안으로 국민의당을 혼란에 빠뜨린데 이어 문재인 대표의 출마 결정으로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인 대표는 필리버스터 정국 종료를 선언한 지난 2일, 국민의당에 '당 대 당 통합'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제 선거가 불과 42일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시 한 번 재청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취임 이후 꾸준히 권력을 자신으로 집중시켰다. 스스로 "권력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며 당당한 태도도 내비쳤다. 그는 당내 평가위원회의 20% 컷오프 명단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천에 관한 권한까지 비대위로 이양받았다. 사실상 혼자서 당을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문재인 전 대표의 색깔을 지우는 동시에 문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났다는 충분한 명분을 쌓는 것에 큰 도움을 줬다. 마이웨이로 친노 강경파로부터 볼멘소리로 듣기도 했던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색채가 지워지자마자 야권연대를 주장한 것이다.

    호남 물갈이론과 야권 통합론이 엇갈리던 국민의당에 폭탄을 떨어뜨린 셈이다.

    예상대로 김 대표의 야권 '당 대 당 통합' 제안은 국민의당을 혼란으로 몰고 갔다. 야권연대는 안된다는 천정배 대표, 박주선 최고위원과 야권연대를 주장한 김한길 선거대책 위원장 간 의견이 달랐다.

    지난 4일 밤늦게까지 진통을 거듭하던 국민의당은 결국 어렵사리 김종인 대표가 제시한 '당 대 당 통합으로의 야권연대는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당은 연석회의 등 대규모 회의를 개최하고도 선거연대나 제한적 수도권 연대를 논의하지 않았다. 회의의 결과는 당 대 당 수준의 통합을 거부하는 것에 국한됐다. 낮은 수준의 연대를 놓고는 견해차가 커 결론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당은 다음날인 5일 "김종인 대표의 통합론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다시는 무책임한 통합론을 꺼내지 말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김종인 대표의 통합론에 반대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다시 통합론을 꺼낼 경우 미칠 영향을 우려한 논평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크게 흔들리자 관심은 김종인 대표의 다음 수에 쏠린다. 김 대표가 국민의당 와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아서다.

    더불어민주당은 1차 컷오프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 차례 파열음이 있었다. 전정희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며 탈당했고, 홍의락 의원의 컷오프 소식에 김부겸 전 의원은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당 내 갈등을 당 외부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김 대표가 야권연대를 제안한 이후인 4일,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고 건강보조식품을 선물로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친노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필리버스터 중단을 직접 설득하기도 했던 김 대표는 친전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에게 테러방지법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본질을 널리 알려준 의원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면서 "소수라는 야당의 한계 때문에 막지 못한 '테러방지법'은 4.13 총선 승리를 통해 개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더군다나 더민주는 이번 주 부터 2차 물갈이를 준비중이다. 물갈이 결과에 따라 당 내 곳곳에서 또다시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김종인 대표로서는 새로운 외부와의 충돌이 필요하다. 당대당 통합에서 수위를 낮춘 연대 제의 등을 고려해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안철수 대표가 6일 김종인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면서 "선거를 혼탁하게 하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한다"고 거듭 날을 세운 부분은 걸림돌이다. 김종인 대표에 말려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격을 취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때문에 김 대표가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돌린다면,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매듭지으면서 새누리당과 각을 세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문재인 대표는 최근 부산지역 출마 후보군을 물색하며 기지개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갑에 전략공천된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은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사다. 그는 본래 포스코 본사가 있는 인천에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지만 문 대표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부산 출마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를 부산으로 못박는다면 부산에서 야권의 파급력을 올리는 동시에 새누리당과의 갈등으로 당 내 갈등을 잠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까지 바라보고 있는 김종인 대표로서는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면서 "당 내에서 갈등이 계속될 경우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와의 갈등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