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의견' 앞세워 장시간 정부 비난 발언만..여론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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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에 나선 상당수 야당 의원들이 장시간 동안 네티즌 댓글을 읽으며 정부를 맹비난하는 발언만 쏟아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고 정부를 힐난하는 SNS상의 유언비어 등의 의견을 여과없이 장시간 전달하는 것은 국민 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오전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필러버스터를 진행하던 도중 국민의 생명 안전과 연결된 테러방지법에 대해 "'아빠 따라하기법', '국정원 대마왕법', '국정원 하이패스법'" 등이라고 힐난하며 정부와 관련법을 조롱하는 SNS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전날 토론에 나섰던 같은당 강기정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 등도 네티즌 댓글이라며 정부를 맹비난하거나 테러방지법의 내용을 왜곡하는 댓글을 수시간 째 읊어대기 시작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이 국민을 감청할 것이라며 근거 없는 괴담을 소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의제와는 다른 내용을 무제한 토론에서 발언하는 것은 국회법에 위반된다. 국회법 제102조는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의제외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야당 의원들이 당초 의제와는 무관한 정부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일부 국회 의장단이 이를 제지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무제한 토론에 나선 김경협 의원 정부 힐난의 댓글을 읽고 있을 당시 의제와 벗어난다며 이석현 국회부의장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야당 소속 이석현 부의장은 "조원진 의원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자리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조원진 수석은 지난 24일에 무제한 토론에 나선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 논문 등 각종 단행본 등을 앞세워 정부와 국정원을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낼 당시에도 이석현 부의장에게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논문 등을 바탕으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 의혹 사건 등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정치'를 펴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이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단상 앞까지 나와 "그게 테러방지법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를 치며 적절한 제지 조치를 의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과거를 바탕으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다"며 박 의원의 손을 들어줬고, 박 의원은 정부 비난 발언을 이어갔다.

  • 야당의 이 같은 행태에 참다 못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나서 "의제 외의 발언은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여당 소속 정 부의장은 이날 김경협 의원의 연설 직후 "무제한 토론제도는 시간제한은 없지만 발언신청서에 기재된 안건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발언을 허용하는 것인 만큼 의원 여러분들은 허가받은 의제의 범위 내에서 발언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부의장은 "필요하면 SNS상 게시된 의견을 짧게 인용하거나 예를 들어 설명할 수도 있다"면서 "정제되지 않은 SNS상의 의견을 여과없이 장시간 전달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본회의장에서 할 자세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이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테러방지법 저지 선동에 나선 야당의 행태가 2008년 광우병 괴담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필리버스터 발언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테러방지법이 국민 감청을 할거다, 모든 국민의 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광우병 괴담 수준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지금 야당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공공연하게 선거법에 위반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