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선동 방치하는 의장단, 상임위원장에 사회 맡기는 위법행태까지
  • ▲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권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지난 일주일 동안의 국회 모습은 말 그대로 무법천지(無法天地)였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테러방지법에 대해 "인권침해 대책이 포함됐다"며 "국민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히 처리할 법안"이라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음에도, 야당의 선전·선동은 계속됐다.

    지난 27일 17번째 무제한 토론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휴대폰을 뒤지려고 하느냐. 북한이 로케트를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들의 계좌를 추적하려 하느냐"라고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테러방지법은 국민감시법"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정보원에 의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영장 없는 무차별 감청이 가능해지는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쯤되면, 지난 2008년 온갖 억측과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했던 '광우병 괴담' 사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국회 본회의장이 야권의 선전 선동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국회 의장단이 적절한 제지 조치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위법 사태를 앞장서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의장단 이외에 다른 의원이 앉게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의장단이 피로를 호소하면서,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본회의를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법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지만 의사진행을 교대로 담당할 사회자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오는 27일부터 3월 10일까지 본회의 의사진행을 맡아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 3시간 동안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이, 오후 2시에서 3시10분까지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이 의장석에 앉아 필리버스터 사회를 봤다.

    상임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사회를 보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명백한 위법행위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장 사회는 국회의장과 여야 소속 부의장 등 3명만이 진행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의장과 부의장 모두 사고가 있어 사회를 볼 수 없다면, 임시의장을 선출하여 의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해야 한다고 국회법 13조는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 어디에도 국회 상임위원장의 본회의 사회권 행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의장단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로 누적 등의 이유로 위법 사태를 조장한 셈이다.
  • ▲ 정의화 국회의장.ⓒ뉴데일리DB
    ▲ 정의화 국회의장.ⓒ뉴데일리DB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국회의장단은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본회의장 사회권을 맡기는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국회의장단은 국회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은 상임위원장이 본회의 사회를 보는 헌정사상 초유의 위법행위를 조성하지 말고 즉각 상임위원장 사회를 중단시켜 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의장단 3명이 교대하다보니 상당히 힘이 드는 점도 있지만 낮에 상임위원장들이 거들어줬다"며 "그런데 여야 합의가 있었는지 이제 그렇게 못하게 됐다"고 했다. 

    상임위원장이 대신 사회를 진행하며 자신의 피로를 덜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만 묻어났을 뿐 그 어디에도 '법대로 하겠다'는 준법 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정의화 의장과 이석현 부의장은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의원들이 정부를 맹비난하는 SNS상의 유언비어를 여과없이 전달함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필리버스터를 악용한 야권과 무법 사태를 방치하고 초래한 의장단. 올바른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지켜야 할 국회가 위법행태를 앞장서 저질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