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추미애 국회의장' 추대 서명 운동秋 "의장 후보 선발 때 당심 물어볼 수 있다"강성 지지층이 국가 입법권 좌지우지"이게 바로 파시즘 … 완전히 민주주의 말살"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인들과 함께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추미애 당선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인들과 함께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추미애 당선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차기 국회의장으로 강경파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추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강성적 형태로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던 이들이 이번에는 입법부 수장 선출 과정에 완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추 전 장관을 국회의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명운동에는 "이 대표와 추 전 장관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로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과 파괴된 민생 회복과 경제 회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반드시 추 전 장관이 22대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고 쓰여 있다.

    현재 국회의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인사는 추 전 장관을 포함해 조정식·정성호·우원식 의원 등 4명이다.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지만 '개딸'은 강성 이미지가 강한 추 전 장관을 '찐명'(진짜 친이재명)으로 보고 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지역구 의원들에게 추 전 장관을 지지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추 전 장관도 최근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국회의장) 후보군을 선발할 때 당심에 물어볼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의장 경선에 당원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친명계인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에 동조하면서 "당원들의 많은 의지는 추미애 당선인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추 전 장관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감지되는 가운데 당원들의 의중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시티 위례에서 추미애 하남갑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시티 위례에서 추미애 하남갑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홍위병'이라는 별칭이 생긴 '개딸'은 민주당 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특히 친명 지도부를 비판해온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자 폭탄을 일삼거나 사무실을 찾아 항의 시위를 펼치며 의정 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 당 내 경선 과정에서 친명 후보 선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이기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던 이유도 이들 지지층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개딸'이 대부분 속한 권리 당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원도 친명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총선 이후 사실상 '이재명 사당화'가 완성됐다는 지적을 받는 민주당이 '개딸' 성원에 못 이겨 추 전 장관을 국회의장으로 추대할 경우 민주주의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정 세력에 의해 나라의 입법권이 좌우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입법 폭주'를 주도할 가능성도 높다. 추 전 장관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며 의장의 중립적 의무를 위협하는 발언도 공공연하게 펼치고 있다.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2002년 국회법 개정 당시 당적을 버리도록 했다. 의사 결정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고 여야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라는 뜻에서 여야가 합의해 법을 고쳤다.

    실제로 역대 국회의장 중에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마지막 보루'를 자처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993년 12월 당시 자신이 속한 민주자유당 총재이자 현직 대통령인 김영삼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안기부법 등의 처리를 요구받았다. 이 전 의장이 즉석에서 거부하자 민자당에서 "배은망덕한 배신자"라는 비난이 나왔다. 이 전 의장은 여야 합의를 도출해 만장일치로 안기부법을 처리했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 5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당시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전체의 서명으로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이에 정 전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의 직권상정 요건 조항을 언급하면서 "현 경제 상황을 직권상정이 가능한 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 동의할 수 없다"고 친정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딸'이 추 전 장관을 국회의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게 바로 파시즘이다. 완전히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감옥에 가게 되면 '개딸'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장관까지 시켜줬는데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라며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날아가게 되면 등에 제일 먼저 칼을 꽂을 사람도 추미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