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40분 회의 30분 만에 종료, 오후 6시 15분 재개…협의 주제 놓고 진통 있는 듯
  • ▲ 11일 오전 10시경 북한 개성공단지원센터에서 만난 한국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한 수석대표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1일 오전 10시경 북한 개성공단지원센터에서 만난 한국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한 수석대표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1일 오전부터 북한 개성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통일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회의 주제를 좁히는 데 있어 남북 간의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대표단은 11일 오전 9시 53분 북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은 오전 10시 40분부터 30분가량 진행된 뒤 종료됐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北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은 악수를 한 뒤 서로 안부를 물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전종수 北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은 “우리는 어제 내려와 개성 시내를 돌아보면서 사업도 생각했다”고 운을 떼며 “지금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고 말을 꺼냈다.

    이에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김 구가 자주 애송했다는 시 ‘야설(野雪)’의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화답했다.

    황부기 차관은 “시 가운데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이라는 구절이 있다”면서 “들판에 눈이 내리면 길을 걸을 때 갈지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다.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기애애한 듯 했던 1차 회담이 30분 만인 오전 11시 10분에 종료된 뒤 남북 대표단은 7시간 동안 회의를 재개하지 않았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남북이 서로 협의하기를 원하는 주제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전망들이 나왔다.

    통일부는 브리핑에서 “의제와 관련해서는 회담이 현재 진행 중인 상태이므로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며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부 안팎에서는 한국 대표단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남북 가족 간의 서신 교환을 주요 의제로 삼기를 원하고 있고, 북한 대표단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24조치’의 일부분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대표단은 오후 6시 15분부터 회의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쉽게 협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 이후 있었던 남북 고위급 접촉 때처럼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