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측, 경찰 진입에 노골적 반감 표출...‘인간방패’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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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찰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 은신하고 있는 산상균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영장집행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조계사 스님 십여명은 관음전 입구 앞에서 불경을 암송하며, 경찰의 공권력 투입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경찰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 은신하고 있는 산상균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영장집행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조계사 스님 십여명은 관음전 입구 앞에서 불경을 암송하며, 경찰의 공권력 투입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수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에 나선 경찰이,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장집행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조계종 측 승려와 직원, 일부 신도 등은 한상균 위원장이 숨어있는 조계사 관음전 출입구로 몰려가 ‘인간방패벽’을 만드는 등, 노골적으로 경찰의 영장집행을 방해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에선, 법원과 검찰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아선 행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며, 여기에 가담한 일부 승려와 조계종 직원, 신도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136조).

    특히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는, 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144조, 특수공무집행방해죄).

    경찰은 영장집행에 앞서,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과의 면담을 청하는 등, 조계사 측에 ‘경내 진입의 불가피함’을 사전 통지하고 양해를 구했다.

    경찰은 이미 예고한 대로 이날 오후 4시까지 한상균 위원장이 자진출두하지 않자, 600명의 병력을 동원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 주위를 봉쇄했다. 경찰은 관음전으로 통하는 길목 곳곳에 병력을 배치해 도주로를 차단하는 한편, 건물 주변에 대형 매트리스를 설치해 혹시 있을지 모를 한 위원장의 투신에 대비했다.

    경찰이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병력을 투입하자, 조계종 산하 대학생ㆍ청년 신도회 회원 120여명은 관음전 입구 앞으로 몰려와 ‘인간벽’을 만들었다. 이들은 ‘공권력 투입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조계사 소속 스님 10여명도 관음전 입구 앞에서 불경을 암송하면서, 경찰의 앞길을 막아섰다.

    관음전 반대 방향 쪽 입구에서는 경찰과 조계종 직원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조계종 측은 직원 박모씨가 경찰과의 대치 도중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조계종 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조계종 직원 박모씨의 부상과 관련돼, “대치상황이 발생했던 100주년 기념관으로부터 100미터 가량 떨어진 불교역사기념관 앞에서 스스로 넘어져 다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 ▲ 조계종 소속 일부 직원과 신도 등 120여명은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벌였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계종 소속 일부 직원과 신도 등 120여명은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벌였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조계종 측이 노골적으로 경찰의 관음전 진입을 막아서면서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으나,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이때까지 영장집행을 보류해 줄 것을 제안하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조계종 측이 이날 보인 행동에 대해서는 뒷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부 승려와 신도회 소속 청년, 조계종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경찰의 영장집행을 방해한 사실은, 묵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발부한 영장은 2개가 있다. 하나는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위원장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발부한 구속영장이며, 다른 하나는 검찰이 별도로 발부한 체포영장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5월24일 세월호 추모를 앞세워 서울 도심에서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은 공판이 시작된 뒤 한 차례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한상균 위원장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피고인이 3회 연속으로 출석에 불응하자 구인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후에도 법정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올해 5월1일 벌어진 ‘노동절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여기에 더해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을 폭력으로 물들인 ‘광화문 폭동’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 ▲ 9일 오후,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조계사 승려와 신도,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안내문을 걸어놓은 모습.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9일 오후,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조계사 승려와 신도,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안내문을 걸어놓은 모습.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경찰은 ‘11.14 광화문 폭동’ 직후,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압수물 분석에 들어갔다.

    따라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집행은 법령에 따른 정당한 직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측은 노골적으로 경찰의 영장집행에 반감을 나타냈다.

    조계종 소속 승려와 직원, 신도들이 경찰의 영장집행을 방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자승 총무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이나 신병인도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당초 방침대로 엄정히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며,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교나 조계종과의 관계가 아닌, 법질서 수호와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 매우 엄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조계종의 입장을 수용해,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영장집행을 일시적으로 중지한 것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상당한 ‘양보’라고 볼 수 있다.

    경찰의 조계종 강제진입은 지금까지 3차례 있었다. 경찰은 1995년 한국통신 노조간부들에 대한 영장집행을 위해 조계사의 울타리를 넘었다. 3년 뒤에는 무려 6천명의 전투경찰(전경)이 굴삭기, 살수차, 견인차, 최루탄 발사기, 진압봉 등 각종 장비를 앞세워 조계종 안으로 진입했다.

    당시 조계종은 종정 월하스님과 총무원장 월주스님을 따르는 그룹이 다툼을 벌이면서, 월하 종정을 따르는 ‘정화개혁회의’ 측 승려들이 서울 조계종 총무원을 물리적으로 장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총무원 측은 ‘정화개혁회의’ 측을 상대로 법원에 퇴거 강제집행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 ▲ 1998년 12월 24일 경찰의 조계사 진입 장면. ⓒ 뉴데일리DB
    ▲ 1998년 12월 24일 경찰의 조계사 진입 장면. ⓒ 뉴데일리DB

    경찰은 3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연기한 뒤, 같은 해 12월 24일 새벽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전투를 방불케 하는 진압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총무원 내부가 화염에 휩싸이는 등 조계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김대중 대통령 말기인 2002년에도 경찰은 조계종 경내로 진입해 영장을 집행했다. 당시 경찰은 조계종 법당까지 들어가, 발전산업노조원 150명을 연행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경찰의 조계종 강제진입은 모두 영장집행을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1998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들 강제진입이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양 김씨 집권시절 벌어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9일 오후 9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한상균 위원장 거취 문제를 논의 중이다.

    조계사와 민주노총 주변에서는, 한상균 위원장이 10일 정오쯤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경찰에 자진 출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 ▲ 당시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 ⓒ 캡쳐화면
    ▲ ▲ 당시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 ⓒ 캡쳐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