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요죄 추가 적용 검토, 민중총궐기 참여 단체 수사 본격화
  •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25일 동안 은신하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진 퇴거를 결정하고, 대웅전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25일 동안 은신하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진 퇴거를 결정하고, 대웅전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달 14일 ‘광화문 폭동’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한 지 25일 만에 경찰에 자진출두하면서, 한 달 넘게 이어온 도피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상균 위원장이 들어온 후 어수선했던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도 다시 평온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3차 민중총궐기와 16일 총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강성투쟁을 이끌어 온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투쟁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광화문 폭동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은 자진출두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핍박받는 순교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조합원들의 투쟁을 선동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로 예정된 3차 민중총궐기가 다시 폭력시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상균 위원장의 자진출두를 계기로, 폭력시위의 배후를 밝히는 검경의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별도로 한 위원장 검거에 나선 경찰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일부 조계사 신도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찰이 영장집행을 위해 역대 4번째로, 조계사 안에 병력을 투입했지만, 가장 조용하게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역대 정권의 조계사 경찰 진입 사례도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 ▲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조계종 화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스님과 함께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한상균 위원장과 민주노총은 9일 오전까지만 해도 “자진출두는 없다”, “경찰이 강제로 영장집행에 들어간다면 즉시 총파업을 하겠다”는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 방침을 거듭 천명하자 10일 오전 11시 20분, 스스로 조계사에서 걸어 나와 경찰의 영장집행에 응했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은 자진출두 직전,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한 위원장은 자신과 민주노총에 대한 ‘귀족노조’ 비판을 의식한 듯, 기자들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매특허인 ‘중생 코스플레이’를 다시 꺼내들었다. 한 위원장은 여기에 ‘영웅적 순교자 이미지’를 덧칠하려는 듯 ‘평범한 해고 노동자’, ‘일급 수배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신의 행적을 포장했다.

    한상균 위원장의 순교자 이미지 만들기는 “박근혜 정권이 저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닌 해고 노동자”라는 부분에서 정점을 찍었다.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성소(聖所)인 조계사를 침입하고 평범한 해고 노동자를 핍박한 절대 악(惡)’으로, 자신과 민주노총, 조계사를 “악에 맞서 싸우는 선(善)‘으로 구분하는 철저한 이분법을 구사했다.

  • ▲ 조계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 밖으로 나가는 한상균 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계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 밖으로 나가는 한상균 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 10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이, 조계종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0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이, 조계종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벌어진 광화문 폭동을 비롯한 일련의 폭력시위에 대해서도, 그 원인이 정부의 폭력진압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예정된 16일 총파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며,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균 위원장은 자신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조계사와 신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자신과 민주노총이 주도한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한 위원장은 “잠시 현장을 떠나지만,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총파업 투쟁을 끝까지 하겠다”며, 16일로 예정된 총파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한 위원장은 “많은 언론이 민주노총을 못 잡아 안달을 내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는 것을 봤다”며, 언론을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도법스님과 일주문을 지나 조계사 밖으로 나갔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게 수갑을 채워 남대문경찰서로 이송했다.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이 일주문을 지나 경내 밖으로 나가자, “다시는 조계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말라”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르면 11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검찰은 모레쯤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현재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이다.

    수사당국은 이와 별도로 ‘소요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형법 115조).

    앞서 법원이 발부한 구금용 구속영장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반환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5월24일 세월호 추모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나, 공판기일에 4회 연속으로 불출석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달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위원장이 대한 재판 역시, 기존 사건과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의 조계사 경내 진입이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되면서, 과거 정권의 조계사 진입사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은 9일 오후 600명의 병력을 투입해 관음전 주위를 둘러싸는 등, 한 위원장 체포에 나섰으나 “10일 정오까지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장집행을 일시 중단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 ▲ 9일 오후 조계종 소속 일부 직원과 신도 등 120여명은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벌였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9일 오후 조계종 소속 일부 직원과 신도 등 120여명은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벌였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경찰의 조계종 강제진입은 지금까지 3차례 있었다. 경찰은 1995년 한국통신 노조간부들에 대한 영장집행을 위해 조계사의 울타리를 넘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초반인 1998년에도 조계사에 대한 진입이 이뤄졌다. 이때는 무려 6천명의 전투경찰(전경)이 대형 굴삭기, 살수차, 견인차, 최루탄 발사기, 진압봉 등 각종 장비를 앞세워 조계종 안으로 진입했다.

    당시 조계종은 종정 월하스님과 총무원장 월주스님을 따르는 그룹이 다툼을 벌이면서, 월하 종정을 따르는 ‘정화개혁회의’ 측 승려들이 서울 조계종 총무원을 물리적으로 장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총무원 측은 ‘정화개혁회의’ 측을 상대로 법원에 퇴거 강제집행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은 3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연기한 뒤, 같은 해 12월24일 새벽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전투를 방불케 하는 진압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총무원 내부가 화염에 휩싸이는 등 조계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김대중 대통령 말기인 2002년에도 경찰은 조계종 경내로 진입해 영장을 집행했다. 당시 경찰은 조계종 법당까지 들어가, 발전산업노조원 150명을 연행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경찰의 조계종 강제진입은 모두 영장집행을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1998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 ▲ ▲ 1998년 12월 24일 경찰의 조계사 진입 장면. ⓒ 뉴데일리DB
    ▲ ▲ 1998년 12월 24일 경찰의 조계사 진입 장면. ⓒ 뉴데일리DB
     
  • ▲ 1988년 경찰의 조계사 진입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 ⓒ 네이버
    ▲ 1988년 경찰의 조계사 진입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 ⓒ 네이버

    이들 사례와 비교할 때,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의 조계사 진입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경찰은 조계종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장집행을 하루 뒤로 미루면서, 불교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이 검거되면서, ‘광화문 폭동’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검경의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전될수록 민주노총과 새정치연합 등의 ‘공안 탄압’ 주장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이 ‘광화문 폭동’과 관련돼 수사 중인 대상은 모두 715명이다. 이 가운데 10명은 이미 구속됐으며, 1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이 밖에 체포영장 발부 4명, 체포영장 신청 1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176명, 출석요구 522명, 훈방 1명 등이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광화문 폭동에 앞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회 참여단체 대표들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이들이 나오지 않을 경우, 3회까지 출석요구서를 보낸 뒤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경찰의 영장집행을 노골적으로 막은 조계종 일부 신도 및 직원 등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9일 오후, 조계종 일부 직원과 신도 등은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조계사 경내로 들어가자, 한 위원장이 머물던 관음전 입구를 봉쇄하고, 구름다리를 치우는 등 경찰의 영장집행을 방해했다.

    일부 승려들도 관음전 입구 앞에서 불경을 암송하면서 경찰의 진입을 저지했다. 일부 직원과 신도들은 ‘인간벽’을 만들어 경찰의 진입을 막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위력을 보여 경찰의 직무를 방해한 경우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형법 144조).

    일각에선 ‘종교가 법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조계사 일부 직원 및 신도 등의 영장집행 방해 행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