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홍보실 직원 '한상균위원장구명시민모임' 홍보자료 각 언론사에 뿌려시청 출입기자가 작성한 보도자료, 아무런 검증없이 배포… 직권남용+직무유기
  • ▲ 전남 나주시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명 운동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한상균 위원장이 검거되기에 앞서 머리에 띠를 동여매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전남 나주시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명 운동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한상균 위원장이 검거되기에 앞서 머리에 띠를 동여매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남 나주시가 한상균(사진·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단체를 홍보하기 위해 현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나주시 홍보실은 29일 오전 11시경,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명하기 위한 시민모임이 발족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들이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위한 운동에 돌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 취재진에게 발송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는 '의로운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단체 관계자의 주장이 가감없이 실리는 등, 국민 정서에 반하고 공무(公務)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 자료에는 시민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전 나주시 의원이 실명으로 '한상균 석방 운동'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노동 운동을 우리 사회가 친북이나 종북으로 왜곡해 몰고가는 세력이 있는 반면, 노동 운동을 친북·종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도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한 위원장 석방 운동이 얼마나 예민한 사안인지 극도의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모든 주장이나 집회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나, 한 위원장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한 행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이 나라의 노동자와 농민들을 대변하기 위한 의로운 면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운동을 펼치게 됐습니다.


  • ▲ 나주시청 홍보실에서 배포한 '한상균위원장구명시민모임' 보도자료.   ⓒ 뉴데일리
    ▲ 나주시청 홍보실에서 배포한 '한상균위원장구명시민모임' 보도자료. ⓒ 뉴데일리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도로를 점거해 경찰관 90여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버스 52대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집회 및 시위에관한법률위반 12건, 일반교통방해 7건, 특수공무집행방해 3건, 특수공용물건손상 1건 등이 적용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주시는 한상균 위원장의 재판이 열리는 날, 국민들의 생각과 대치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마치 민간 홍보대행사처럼 각 언론사에 배포하는 납득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전직 나주시 공무원 출신인 박OO씨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공직자가 특정 단체의 보도자료를 발송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나주시 홍보실에서 일반국민들의 민심을 배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종우 나주화순 당협위원장은 "나주시가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명하는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홍위병 역할을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수많은 공기업 임원과 직원들이 이번 나주시의 행정에 실망할 우려가 큰 만큼, 재발 방지와 함께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 홍보실 관계자 J씨는 2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보통 홍보 네트워크가 없는 소규모 단체들이 시청에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OO타임즈라고, 지역 주간지에 계신 기자 분께서 직접 도움을 요청해 진행된 케이스"라고 답했다.

    J씨는 "해당 자료는 '한상균위원장구명시민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C기자가 작성한 것인데, 출입 기자가 부탁한 것이기도 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주 출신이고 해서 인간적으로 도움을 드린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J씨는 '출입 기자가 요청한다고 해서 외부 단체의 보도자료를 시청에서 대신 배포해 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자신은 언론사에 배포해달라는 부탁만 받았을 뿐, 어떤 내용인지는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이에 '검토를 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외부 단체에서 넘긴 자료를 일절 확인도 없이 그대로 배포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 아니냐?'고 취재진이 재차 추궁하자 J씨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J씨는 "자신이 작성한 자료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자료를 작성한 OO타임즈의 C기자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밝힌 뒤 C기자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

    취재진은 곧바로 C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상균위원장구명시민모임'의 보도자료를 작성한 이유와 ▲이를 언론사에 배포해달라고 시청 관계자에게 부탁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캐물었다.

    한상균 위원장의 아버지가 나주시의회 의원이셨습니다. 당시 그 분과 함께 시의원 활동을 하셨던 몇 분이 이 사실을 알고 이런 모임을 결성한 겁니다. 지금 차디찬 방에 홀로 노모가 계시고, 그런 환경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저희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념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런 걸 떠나서 여전히 이런 지역의 농촌에는 '인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진행한 거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C기자는 "자신들은 민주노총이 옳다는 주장을 펴는 게 아니고, 시골의 인정, 그런 뜻으로 접근을 한 것"이라며 "한상균 위원장이 한 일을 비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C기자는 "사실 어제 시청 홍보실 직원 분에게 직접 부탁을 드렸는데, 처음엔 정말 난처해하셨다"며 "그 분들은 저희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 분들도 지역에서 잘 아는 사람이 부탁을 하니, 들어주신 거죠. 난처하신가봐요. 오늘도 계속 항의전화가 오고…. 제가 정말 미안합니다. 한상균 위원장 어머니께서 혼자 고향에 계신 것을 보다 못해 이러는 겁니다. 단순한 인정에 의해서 그런 거예요. 시골은 여전히 그런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