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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지난 15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우리 군 소초(GP) 근처에서 하루동안 머무르다가 귀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군의 허술한 전방 감시체계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오전 중동부 전선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A병사가 북한 측 철책을 넘은 것은 14일 밤. A병사는 철책을 통과한 뒤 어둠을 틈타 우리 군 GP상황실 4~5m 거리까지 접근했고, 날이 밝을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은, 하루를 대기하며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우리 군이 제때 발견하지 못한 사실과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당시)짙은 안개가 있어서 가시거리가 10m 밖에 안 됐고 GP 방벽으로부터 경사가 급한 지역이기 때문에 (열상장비 등 )감시가 제한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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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그러나 비무장지대(DMZ)의 GP 임무가, 철책선 경계를 담당하는 GOP(일반전초)로 접근하는 적을 감시하는 역할이란 점을 고려할 때, 감시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작 문제는 '대기 귀순'보다, 전투병이 아닌 후방지역 운전병이 북한군 철책을 넘고 지뢰로 가득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왔다는 것이다. 반면, 군은 이번 북한군 귀순자가 운이 좋은 사례라며 안주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귀순한 북한군 A 병사는, 후방지역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중 잦은 구타 등으로 군 복무에 염증을 느껴 귀순을 결심하고, 지난 7일 부대를 이탈해 200km를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군과 국정원, 기무사, 정보사 등은 A 병사의 귀순 경위와 동기 등을 합동신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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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북한군 운전병이 200km 떨어진 후방에서 전방까지 넘어왔다는 사실은, 북한군이 말단 병사까지 우리 군의 전술을 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군이 우리측 GP 코 앞까지 국군의 지뢰매설 현황을 알고 있고, TOD장비가 안개에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 특수부대가 침입을 목적으로 지뢰와 TOD를 피해 안개가 낀 야음을 틈타 우리군 GP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기 귀순'이 우리 군에 던진 과제는 만만치 않다.
더구나 우리 군은 2022년까지 병력 11만 명을 줄이는 대신, 감시장비를 통해 전방을 감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대기 귀순'을 계기로 군의 전방 감시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